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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북 익산에서 만난 하림의 진심…‘식사의 첫 번째 순간’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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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5. 18. 14:19

하림, '퍼스트키친'으로 종합식품기업 도약 본격화
FBH·멀티박스로 신선 물류 내재화 체계 구축
하림 본사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아시아투데이
"닭고기 회사요? 이젠 라면도, 밥도, 만두도 만듭니다."

하림이 말하는 '첫 번째 주방'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다. 하림은 지난 16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과 망성면 사업장에서 '하림 푸드로드를 가다'를 열었다. 퍼스트키친과 닭고기 가공시설 등 '푸드 트라이앵글'의 핵심 인프라를 공개하며 식사의 출발선을 설계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푸드 트라이앵글'은 퍼스트키친(K1~K3),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스마트 물류센터 FBH(Fullfillment by Harim/풀필먼트 바이 하림)로 구성된다. 곡물 수입부터 사료·사육·제조·물류·소비자 배송까지 식품 가치사슬의 전 과정을 내부에 품은 구조다.

미식브랜드
하림 K3 공장에 비치된 '더미식' 라면 브랜드/아시아투데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라면을 생산하는 K3 주방. 반죽 탱크에서 흘러내리는 밀가루 반죽이 디귿자(ㄷ) 모양의 설비를 따라 천천히 숙성되고 있었다. 현장 직원은 "쫄깃한 식감을 위해 일부러 우회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죽은 7개의 롤러를 거쳐 얇게 펴지고 속도차를 활용해 꼬불꼬불한 면발이 완성된다. 증숙과 유탕·냉각을 거친 면은 포장라인으로 옮겨지며 빠른 속도로 박스 단위 포장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은 유탕면 생산일이었고 시식 코너에선 '더 미식' 브랜드 유니짜장과 장인라면이 준비돼 있었다. 하림 관계자는 "가루스프보다 원가는 10배 이상 들지만 원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테스트
즉석밥 블라인드 테스트/아시아투데이
K2 주방으로 옮겨가자 공기는 더 서늘해졌고, 복도는 완전 밀폐 구조였다. 클린룸 내부에서는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쌀과 물만으로 밥을 짓는 즉석밥 공정이 한창이었다. 쌀은 선별부터 세척·불림·취사까지 모두 자동화된 설비 안에서 이뤄진다. 밥알이 눌리지 않도록 설계된 포장 시스템은 하림만의 '갓 지은 밥의 식감을 지키는 핵심 기술'이었다.

현장에선 블라인드 시식 테스트도 진행됐다. 3개 브랜드의 즉석밥을 차례로 맛본 결과 하림의 제품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K1 주방에서는 육수·만두·냉동 볶음밥이 생산 중이었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보인 만두 생산라인은 흥미로웠다. 1만 번 이상 치댄 0.8㎜ 두께의 만두피 위에 육수로 양념된 만두소가 얹히고 있었다. 또 재료들은 인근 농가에서 직접 공급받고 있어 신선함을 더했다.

멀티박스
하림에서 직접 제작한 배송용 멀티박스/아시아투데이
세 개의 키친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모두 바로 옆 FBH로 이동한다. 하림은 물류와 풀필먼트 기반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곳에 약 1500억원을 투자했으며 신선한 식재료를 빠르게 가공하고 출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자동 컨베이어를 통해 생산 직후 물류센터로 이송된 제품은 자체 제작한 박스에 담겨 곧바로 소비자에게 직배송된다.

하림지주 변관열 부장은 "FBH 내부에는 포장 박스 제작 설비뿐 아니라 드라이아이스·아이스팩·완충재 등도 함께 생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서 "특히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을 수 있는 가변형 멀티박스를 도입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이를 식품 품질 향상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닭
도계 과정을 마친 닭/아시아투데이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였다. 하림은 닭을 자연 방목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육하고 있으며 '도축'이라는 단어 대신 '도계'라는 말을 쓴다. 현장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스 스터닝 방식을 도입했다"면서 "이 방식은 닭을 수면상태로 유도해 고통 없이 방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계장은 특유의 냉기가 감도는 긴 복도로 이어져 있었고 곳곳에서 얼음 대신 찬 바람이 닭고기를 식히는 에어칠링 작업이 진행됐다. 국내 최장 길이 7㎞의 냉풍 터널을 거친 닭은 41도였던 육심 온도가 2도까지 내려간다. 물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닭 본연의 육즙을 살린다.

현장에서는 닭고기 발골 쇼도 열려 한 마리 닭이 가슴살·다리살·목살 등으로 분리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함은 하림의 생명"이라며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좋은 식재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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