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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베고 급경사 방치”…양산시 법기리 송전선로 구간 산사태 위험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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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5. 20. 08:17

주민 "재난 부르는 공사" vs 한전 "문제없다"
경사도·수해대책 부실 지적 속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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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송전선로 공사 현장. 대형 수목이 벌목된 급경사 사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으며, 토사 유실과 낙석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이철우 기자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일대에서 진행 중인 송전선로 벌목 공사를 둘러싸고 무분별한 산림 훼손과 산사태 위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사실상 재난을 부르는 공사"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한국전력공사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사업은 한전 북부산전력지사가 시행 중인 송전선로 선하부지 방화선 설치 및 진입로 확보 공사다. 사업 대상지는 양산시 동면 법기리 132-28·29번지 일원 5341㎡로, 길이 220m, 폭 22m 규모다.

논란의 핵심은 공사 방식과 안전성이다. 현장에서는 수십 년에서 많게는 100년 이상 된 노송과 대형 수목이 무더기로 벌목되며 산사면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특히 급경사 구간의 토양과 암반이 별다른 보호 조치 없이 드러나면서, 집중호우 시 대규모 토사 유출과 낙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접해 있으며, 산 아래에는 농가와 사찰, 과수농장이 밀집해 있다. 사고 발생 시 피해가 곧바로 생활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시아투데이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미 곳곳에서 토사가 유실되며 나무뿌리가 드러났고 급경사면 아래에는 대형 암반이 위태롭게 걸쳐 있는 등 붕괴 전조로 볼 수 있는 징후들이 확인됐다. 일부 사면은 계곡 방향으로 깊게 깎여 있어 집중호우 시 붕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사도 판단을 둘러싼 논란도 크다. 주민들은 "육안으로도 50도에 가까운 급경사"라고 주장하지만, 한전은 해당 구간을 16.4도로 평가했다. 문제는 양산시가 이 수치를 별도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안전성 판단의 핵심 기준이 사실상 '서류 검토'에만 의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반 특성 역시 우려를 키운다. 해당 지역은 빗물에 쉽게 붕괴되는 마사토층으로, 과거에도 국지성 호우 때 등산로가 유실될 만큼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이필수(75) 씨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산을 지탱해온 나무들을 한 번에 베어낸 것은 재난을 키우는 행위"라며 "농가와 불과 100m 남짓 거리에서 이런 공사가 진행되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찰과 농가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보현사 주지 송파 스님은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에도 폭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산림을 제거하는 것은 위험을 키우는 일"이라며 "매년 수해를 겪는 상황에서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근 과수농가 역시 "이미 토사 유실이 발생하던 지역인데 대형 수목까지 사라져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수해 방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한전이 제시한 대책은 벌목 이후 사면에 씨앗을 뿌리고 거적을 덮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경사와 대형 암반이 혼재된 지형을 고려할 때, 사실상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나무뿌리를 제거하지 않는 단순 벌목 공사로, 산사태 위험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경사도는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사 목적에 대해서는 "345kV 송전선로가 설치된 지역으로, 산불 발생 시 송전선로와 산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총 사업비 약 3000만 원 규모로 현재 공정률은 약 90%"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설명이 현장 상황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미 토사 유실과 붕괴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위험지역이 아니다'라는 판단만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산불 예방을 위한 공사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산사태 위험을 키운다면 공익성과 안전성 모두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대비책은 뒤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과 사찰 측은 벌목 즉각 중단, 계단식 수방시설 설치, 토사 및 낙석 방지시설 보강, 정밀 안전진단 실시, 재해 영향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산시 역시 뒤늦게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라는 점에서 '사후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윤재 토목 전문가는 "해당 지역처럼 마사토 기반의 급경사 사면은 수목 뿌리가 토양을 결속하는 핵심 구조물 역할을 한다"며 "이런 상태에서 대형 수목을 제거하면 지반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될 수 밖에 없고 특히 씨앗 살포나 거적 덮기 수준의 대책은 완만한 사면에서의 표면 침식 방지에 그치는 방식으로, 급경사 및 암반이 혼재된 구간에서는 실질적인 재해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 예방이라는 목적은 타당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사태 위험이 증가하는 '위험 전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밀 지반 조사와 구조적 보강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다고 덧붙였다.

양산시 관계자는 "한전과 함께 현장 여건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며 "주민 민원 사항에 대해서도 점검을 거쳐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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