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정부, 백인 권리 침해"
라마포사 "그건 정부 정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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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정부가 새로운 수용법을 통해 현지 백인 농부들의 토지를 압류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부터 주장해 온 이 내용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공 정부는 실제 토지를 압류한 사례가 없으며 미국 측의 주장이 허위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남아공을 떠나고 있다"며 "그들의 땅은 몰수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살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학살)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그것은 정부 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완전히 상반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땅을 빼앗으면서 백인 농부들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도중 "조명을 낮추라"고 하자 집무실이 어두워졌고 미리 준비된 TV에서 의혹과 관련된 동영상이 재생됐다. 약 4분짜리의 해당 영상에는 남아공 정부나 여당 소속이 아닌 흑인 정치인들이 백인 남아프리카인들을 공격하며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1994년 남아공의 백인 소수 정부가 흑인, 아시아인 등 비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종차별 정책 및 체제다. 당시 흑인이 백인 지역을 지나갈 때는 특별 허가증을 제시하도록 했고 서로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이나 성관계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학교, 병원 등의 시설을 이용할 때 흑인은 백인에 비해 열악한 곳을 이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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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포사 대통령은 "그게 어디인지 알고 싶다"며 "이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진실을 바로잡고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다. 양국 관계는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시행한 이후 불편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행정명령을 발동해 남아공에 대한 모든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그는 남아공 정부의 정책을 두고 국내에서는 반(反)백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란과 같은 '나쁜 행위자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현지의 백인 농부 수십명을 난민으로 미국으로 수용하면서 남아공에서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의 전문가들은 범죄율이 높은 국가에서 모든 인종의 농부가 폭력적인 가택 침입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며 백인이 인종 때문에 표적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짚었다. 로이터 통신은 남아공이 세계에서 살인율이 높은 국가에 속하지만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흑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상대 국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언성을 높이며 공개적으로 질책을 쏟아낸 뒤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실상 쫓아낸 적이 있다. 당시 언쟁을 벌인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다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양국 정상이 최종적으로 서로 악감정을 남기지는 않았다는 전언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들에게 "여러분은 극적인 장면이 나오거나 뭔가 큰일이 벌어지기를 원했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유감이다"고 말했다. 2018년 취임한 그는 남아공에서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며 절제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