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이란 자유” 소감
허가영 단편 ‘첫여름’ 라 시네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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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히 감독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진행된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영화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한 남자가 과거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면서 일어난 일을 담았다.
파나히 감독은 감옥 생활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체포된 전력을 지녔다. 2010년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와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몰래 영화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2022년 재수감됐다가 2023년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번 수상작은 석방 이후 처음 만든 영화로 알려졌다.
파나히 감독은 2000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2006년과 2013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는 2003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인연이 있다. 파나히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국내외 모든 이란인들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두고 힘을 합치자"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다.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쥘리에트 비노슈 심사위원장은 수상작을 발표하면서 "예술은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살아있는 부분의 창의적 에너지를 움직인다"며 "어둠을 용서, 희망, 새로운 삶으로 바꾸는 힘"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없었지만 비노슈가 이끈 심사위원단에는 한국인으로는 역대 6번째로 홍상수 감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아울러 허가영 감독이 단편 '첫여름'을 출품해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 및 중편 영화를 대상으로 차세대 영화인을 발굴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 중 하나다.
'첫여름'은 손녀의 결혼식이 아닌 남자 친구 학수의 49재에 가고 싶은 영순(허진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노년 여성의 시선으로 지난 삶을 더듬어 가는 과정을 한국적인 색채로 풀어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정규과정 41기 졸업 작품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축전을 통해 "삶과 죽음, 가족과 사랑 사이에서 노년기 여성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첫여름'은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와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스페인·프랑스 영화 '시라트'(올리비에 라시)와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 드라마를 그린 독일 작품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에 공동으로 돌아갔다. 197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부패한 정계에서 벗어나려는 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시크릿 에이전트'는 감독상(클레베르 멘돈사 필류)과 남우주연상(와그너 모라)을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이번이 영화 데뷔작인 23세의 프랑스 배우 나디아 멜리티가 '더 리틀 시스터'에서의 연기로 받았다. 알제리계 프랑스 가정의 17세 소녀가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다. 각본상은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거장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이 '더 영 마더스 홈'으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