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타는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 있는 아주 작은 섬나라다.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좋기 때문에 많은 유럽인들이 찾는다고 한다. 이민대행업체들은 몰타의 장점을 유럽연합(EU) 시민권, 180개국 무비자, 거주 의무 없음, 조세 혜택, 가족동반, 언어시험 없음 등을 내세우고 있다. 거주 의무가 없어 부동산 등 투자 후 한국에 있더라도 영주권 유지에 문제가 없고 더 나아가 상속세·증여세는 면제라고 소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주권을 500만 달러(68억원 상당)에 팔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아직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시행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여유계층을 솔깃하게 하고 있다. 세계 각국 부유층 돈이 유입되면 부동산 시장 및 비즈니스에 자금이 몰리게 되고 경기를 부양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각국의 손짓은 우리나라 등 국민이 부유한 나라로 향하고 있다.
세 부담을 피하고 삶의 질을 택해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을 종종 목격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익숙한 국가가 아닌 생소한 나라를 택해 이민을 떠나는 여유계층도 봤다. 또 다른 지인은 포르투갈 이민을 3년째 준비 중이다. 세 부담 없이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란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실시되게 된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등 보수가 충분한 대응력을 보이지 못하자 농담반 진담반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보인다. 이전부터도 상속세 등 부담이 없는 곳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여유계층이 제법 있었지만 요즘은 더 한 것 같다.
요즘 이민을 고민 중인 여유계층은 남의 나라에 가서 먹고살기 위해 뼈빠지게 일해야 하는 부류가 아니다. 투자를 해 놓고 자주 왕래를 하면서 마치 국내에 있는 것처럼 생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부류인 것이다. "인터넷, 유튜브, 영상통화 등 다양한 수단이 있어 외국에서 산다고 외롭거나 힘들지 않을 것이다. 가족과 소통도 문제가 없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 필요하면 날아가면 된다고 편안하게 생각한다.
다만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여유계층을 '못살게 굴 것'이라는 게 여유계층의 우려인 듯하다. 종합부동산세가 급격히 높아지고 친중 정책 등으로 한반도 안보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걱정도 들린다. 친(親)기업적 정책 대신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입맛에 맞게 법을 뜯어고치고 툭하면 탄핵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행태를 참기 힘들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땅에 사는 게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을 보수는 하고 있지 않을까.
이는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권이 정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불과 3년 만에 진보에 정권을 내줄 수 있을지 몰라 생기는 현상이다. 이재명 후보는 유세를 다니면서 생각보다는 마음이 넓고 따듯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을 구호로 내걸고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에 큰 혼돈을 겪었던 보수층은 그의 분야별 정책공약과 친시장적 정책 등에 기대를 걸어보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 모두를 껴안아야 진정한 최정점(最頂點) 리더가 될 수 있다. 반대하는 세력을 내치려 하고 오로지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데 주력한다면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기 마련이다.
오로지 집권을 위해 상대방을 윽박지르고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퍼주기 공약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보 안정을 훼손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큰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 누가 당선되든 국민 모두가 이 땅에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자제와 포용, 화합, 그리고 국가 경쟁력 제고 위한 시스템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에 고령화에…. 정말 일본이 지난 3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듯이, 우리도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한반도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간을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뒤 세대들이 걱정이다.' 한국개별연구원(KDI)이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0%에 가깝게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후배가 보내온 마음 아픈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