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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정권교체 넘어 ‘체제전환’ 시도하는 이재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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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6. 17:58

송국건 웹용
객원논설위원
87 헌법체제에서 대통령은 '제왕적'이라고들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이 설계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그 권력은 3권 중 행정부 권력에 한정됐다. 입법부는 국회 다수당이 좌지우지했고, 사법부는 대법원을 중심으로 독립된 권한을 행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3년 동안 국회는 민주당의 독무대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사사건건 발목 잡았다. 작년 정기국회에서 사상 초유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일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렀을까. 여의도 정치권력을 장악한 '대통령'이 따로 있으므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제왕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진짜 제왕적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재명 후보다. 그가 당선되면 행정·입법·사법 3부 권력을 모조리 장악하는 초유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법 위기를 스스로 털어버리기 위해 최근 시도한 일들은 입법권력이 얼마나 무소불위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1극 체제를 완성한 민주당에서 '제왕적 대표' '제왕적 대선후보'의 존재감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길목에 가로놓인 여러 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수당의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 헌법 84조 해석이 논란을 빚자 아예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피고인이 대통령 되면 재판이 중단된다는 기상천외한 '위인설법'을 강행했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된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받고자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을 아예 뜯어고쳤다. 더 놀라운 건 피고인 대통령 재판을 중단시키면서도 무죄, 면소 등을 선고하는 경우엔 계속해도 된다는 조항을 삽입한 후안무치다.

입법권력이 무서운 건 행정부와 사법부 구성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킬 힘, 탄핵소추안 의결권 때문이다. 실제 탄핵(파면)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그러나 국회가 의결하면 바로 직무가 정지되니 행정부와 사법부를 길들이는 최적의 수단이다. 심지어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며 청문회까지 열었다. 조 대법원장이 헌법과 법률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불출석하긴 했으나 '제왕적 대선후보'에게 불리하게 판결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사법권력을 자기 걸로 만들어가고 있다.

거기다 집권에 성공하면 대법관 대폭 늘리는 법 개정으로 사법권력 장악을 완성하려 한다. 심각한 건 이 일이 이재명 본인의 재판위기 탈출과 직접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권을 잡으면 과거의 죄를 다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법권력 장악에 총력을 기울였다. 첫 단계는 판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조치였다. 입법독재를 활용해 검찰예산은 모조리 깎고 법원예산은 대폭 올렸다. 법원의 숙원사업이던 법관 임용기준 완화 법안도 기존 당론을 바꿔 처리했다. 둘 다 '피고인 이재명'의 재판 위기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한 일이다.

법원에 대해 당근도 주고 채찍도 마구 휘둘렀다. 측근들은 판사도 탄핵 대상임을 내비치며 위협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말하는가 하면, 검사 외에 판사도 처벌대상에 포함하는 '법 왜곡죄'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이재명 후보의 위증교사 사건 1심과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는 이런 조치와 판사들의 이념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사법부 접수'에 한차례 제동이 걸렸었다. 조희대 대법원의 선거법 상고심 신속 심리에 의한 유죄취지 파기환송 선고였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처지에선 생사가 걸린 중대사건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해 최종목표인 행정권력을 가지려던 원대한 계획이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대법원장은 물론, 파기환송 쪽에 선 10명의 대법관을 무더기 탄핵하겠다고 겁박했다.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특검 수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나아가 파기환송심을 배당받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대선기간 중 심리 날짜를 잡았다고 탄핵하겠다고 억지를 썼다. 결국 서울고법이 꼬리를 내려 재판 날짜를 대선 이후로 미뤘다. 그럼에도 좌파성향 판사들이 민주당에 보조를 맞추기라도 하는 듯이 대법원장을 규탄하겠다며 전국 법관대표회의를 소집했다. 이재명 대선 가도에 놓인 걸림돌을 사법부가 치우고 길을 열어주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특정 세력이 입법권력을 무기로 사법권력에 이어 행정권력까지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 나라가 어디로 갈까. 민주당이 장악한 22대 국회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았다. 국회는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그중 재정에 큰 부담을 주거나 국가 정체성을 흔들 법안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막았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면, 무슨 법안을 통과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 못 할 일이 없어진다. 제왕적이 되지 못하도록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가 삼권분립인데, '이재명 세상'이 되면 무용지물이다. 행정·입법·사법을 다 장악하는 건 '독재'를 의미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정권은 사법부 무력화를 가장 먼저 추진했다.

6·3 대선 결과에 따라 이런 독재가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여당과 야당의 정권교체를 넘어 국가의 형태가 바뀌는 '체제전환'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체제를 변경할 것이냐의 문제가 걸려 있는 게 6·3 대선이다. 물론 우리나라 민간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하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는다. 대신 민간 중심의 자유시장경제를 크게 위축시키는 체제 변화는 가능하리라 본다. 우여곡절 끝에 이재명 후보가 출마한 대선의 투표날짜가 다가올수록 선거 이후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더 나은 세상이 올까.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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