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체서피크 공장·세계 최대급 포설선 건조 등 공격 투자
작년 영업익 1조729억 '역대 최대'…2030년 자산 50조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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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취임 4년차를 맞은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이 트럼프 시대를 맞으며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전기·전력·소재에 주력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과 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해 확장하는 '양손잡이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AI(인공지능)와 탄소 중립을 표방하는 오늘날, LS는 구 회장의 선구안으로 국내 그 어떤 그룹보다 미래에 최적화된 사업군을 발 빠르게 갖추게 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석유 등 전통 에너지 육성에 힘을 싣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 등으로 전기·전력·소재 산업은 현재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구 회장은 "미국시장은 LS그룹에 기회다",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어도 투자 축소는 없다"라고 말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 큰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 폭탄, 오락가락 정책 등 예측 불허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 회장의 뚝심경영에는 35년 넘게 업계를 지켜 온 자신감이 자리한다. 구 회장이 취임하며 내건 "2030년 그룹 자산 50조원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美에 1조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현지 기업 인수·증설 '릴레이 투자'
LS마린솔루션은 최근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상풍력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해 세계 최대급 해저케이블 포설선 신규 건조를 결정했다. 3458억원 규모, 적재 용량 1만 3000t급 대형 포설선을 활용해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설계부터 생산, 시공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턴키 수주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LS전선의 체서피크 공장 투자, LS마린솔루션의 초대형 해저케이블 포설선 건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재생에너지 힘 빼기 와중에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보다 기존 화석 연료 산업 부흥에 주력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는 다수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취소 또는 보류되고 있다. LS전선이 수주한 미국 동부 해상 풍력단지 초고압 케이블 공급 계약도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취소됐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LS가 배터리 소재 투자를 결정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캐즘이 왔다. 공장이 완공될 때쯤에는 이미 캐즘이 없어진다고 본다"고 하며 "투자 축소는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S전선의 자회사 가온전선이 지난 1월 노스캐롤라이나주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를 인수한 점, LS일렉트렉이 지난 4월 텍사스주에 북미 사업 거점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를 조성하는 등 대규모 증설에 나선 점도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겠다는 구 회장의 뚝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LS가 2008년에 인수한 미국 전선 업체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1월 2억 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해 투자 발판을 마련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5년 내 북미 시장 전기차 권선 점유율을 70%, 유럽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국 전기화 시대"…총자산 50조 목표 '청신호'
LS그룹이 최근 미국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전기화'(電氣化) 시대로의 빠른 전환에 대한 구 회장의 확신에 바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용량 전력을 요구하는 AI, 탄소 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은 결국 LS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강한 믿음이다.
실제 구 회장 취임 이후 LS그룹은 꾸준한 성장을 달성했다.
LS그룹의 지주사인 (주)LS는 지난해 매출 27조 5447억원, 영업이익 1조 72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 회장의 임기 첫 해인 2022년(매출액 17조 4913억원, 영업이익 6695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57%, 영업이익은 60% 이상 뛰었다.
상승세를 탄 미국 사업, 캐즘 이후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감안하면 구 회장이 취임하며 제시한 2030년 그룹 총자산 50조원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S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2022년 26조 9870억원에서 지난해 35조 9520억원으로 3년 새 33% 이상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