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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3 大選과 ‘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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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7. 17:51

류석호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판도라의 상자'는 호기심으로 인해 생긴 잘못된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일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이 말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의미한다. 지금 우리나라 정세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직전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닷새 남짓 앞으로 다가온 6·3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만약 이 후보가 당선돼 행정권과 입법권을 동시에 장악하면,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 중 전무후무한 권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1석 거대 민주당은 그동안 논란이 큰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 왔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통해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입법부에 대한 견제수단은 사라진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당선되면 여러 쟁점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이 후보 재판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이 후보가 기소된 혐의와 관련된 근거 조항을 없애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이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 판결을 선고한 대법원 압박용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 법안 등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또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100명까지 늘리고 비(非)법조인을 임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가 여론 악화에 일단 멈추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법관 30명 확대안은 유지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100명 증원 및 비법조인 임용 법안도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 후보는 유세장에서 "민주공화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최후 보루가 사법부"라며 "사법부의 최고 책임이 바로 대법원이다.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부 개혁'을 천명한 것이다. 이 후보의 사법부 흔들기와 새판 짜기 언급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 "삼권분립은 막을 내려야 한다" "사법부, 한 달 후에 보자"는 목소리가 예사로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전직 대법관 10명을 비롯한 전직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변협회장 등 중량감 있는 법조계 인사 1004명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독재로 회귀한 시발점이 바로 사법부 공격"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에 "삼권분립의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도를…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릇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 원칙'이 무너지면 법치 원리 실종, 인권 침해, 진실파괴로 나타나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견제가 사라지면 균형이 무너진다.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나? 선박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선박 개조 때 배의 중심이 올라갔다. 화물을 허용한계보다 두 배나 과적(過積)했다. 특히 배의 안정에 필수 불가결한 평형수(平衡水)를 줄였다.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선박 내 탱크에 담는 물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국가는 '바다 위의 배'다. 어디로 향할지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나라의 선장, 대통령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배가 어디로 향할지 선장 손에 달려 있지만, 배가 좌초되거나 가라않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하는 평형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이런 평형수의 역할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런 '견제와 균형'이라는 평형수 역할을 담당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견제와 균형이 없는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신권위주의'로 알려진 정치 현상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지도자들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제도적 견제와 균형을 해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좋은 보기이다. 이들 정권은 헌법적 합법성의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민주주의 제도를 체계적으로 약화시키고, 사법부를 종속시키고, 언론을 통제한다. 특히 사법부의 정치화는 결국 새로운 합법적 독재를 가능하게 했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입법, 행정, 사법이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성과 균형을 유지할 때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그의 유명한 저서 '법의 정신'에서 공화주의는 삼권분립과 법 제도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권력의 분립인데, 그것은 형식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권의 분립을 표방하고 있으나 특정 정당의 권력 장악 또한 위험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현대 민주정치에서 특정 정당이 입법부는 물론 행정부까지 장악할 때(대통령제에서 집권당이 의회의 절대 다수당이 될 때) 권력 독점이 나타나 오만해질 수 있다. 그리고 사법부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당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이 건강하게 깨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번 대선이 국가의 지도자 한 명을 뽑는 일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고 각 정당이 비전과 철학이 있는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이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한다."(플라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조제프 메스트르)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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