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테이크아웃' 아니고 카페에서 마시고 간다고 말했는데요?"
그러자 카페 직원이 하는 말, "저희 카페에서는 종이컵으로 마셔도 괜찮아요."
"???"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에서는 자리가 없어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주문했다가 자리가 나서 앉으면, 직원이 곧장 달려와 매장 내에서 마실 경우에는 머그잔으로 교환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던 터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찾아보니 정부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일부 품목에 대해 규제를 완화했다고 한다. 환경부에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2022년 11월 24일부터 식품접객업에서 각종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지만, 1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후 백지화했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에서 일회용품 규제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다회용 컵을 쓸 경우, 컵을 씻을 직원을 따로 고용해야 하고, 세척 시설도 설치해야 하므로 부담이 가중된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플라스틱 빨대도 규제 대상이었지만,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의 불편함 가중에 따라 계도기간이 연장됐다고 한다.
정부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강제성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실상 일회용품 과태료 부과 조치를 하지 않으니 카페 업주나 손님 모두 공공연하게 일회용품 규제가 없어졌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과 관련해 "요즘 단속을 안 해서 그냥 쓴다"거나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이득"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컵 보증금제를 도입해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일회용 컵 사용량을 84억개에서 55억개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스타벅스 등에서는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한다.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허용해 준 상태에서 테이크아웃 종이컵을 규제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는 2023년부터, 네덜란드는 지난해부터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식당에 가면 음식점 테이블마다 종이컵을 쌓아놓고 손님이 쉽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음식점 내 종이컵 사용이 폭증한 영향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아 마시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에 카페라테를 종이컵에 받아 온 적이 있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 마시니 이상한 맛이 났기 때문이다.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으면 내부 비닐 코팅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거나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연구도 많다.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종이컵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