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국립미술관 소장품 143점, 세종미술관에 걸려 모네 '봄', 로세티 '마음의 여왕', 고흐 '늙은 남자의 초상'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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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 전경. /세종문화회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 서양미술사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AG) 소장품 143점을 통해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400년간의 미술사를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 89명 거장들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만날 수 있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 호흡에 이해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클로드 모네의 '봄'이다. 인상주의 운동의 시작을 알린 이 작품은 모네가 스승 외젠 부댕으로부터 배운 자유로운 붓 터치가 특징이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시모나 바르톨레나 전시 총괄 큐레이터는 이 작품에 관해 "1875년 독립 전시회에 출품되었던 것으로, 인상주의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9개 섹션으로 구성돼 시대별 미술사조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회화에서 시작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낭만주의와 라파엘 전파,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거쳐 20세기 현대미술까지 이어진다.
로제티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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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마음의 여왕'. /세종문화회관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의 '안더나흐의 해머스타인'은 미묘한 대기의 진동과 세련된 뉘앙스로 당시 영국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라파엘 전파의 대표작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마음의 여왕'은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다. 금박 배경 위에 팬지 한 송이를 든 붉은 머리 여인을 그린 이 작품은 로세티가 연인 엘리자베스 시달과의 결혼을 기념해 제작했다. 하지만 시달은 그림을 그릴 당시 이미 중병에 걸린 상태였고, 2년 후 세상을 떠났다. 사랑과 죽음이 교차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상주의 섹션에서는 모네의 스승 외젠 부댕의 해안 풍경화들과 에드가르 드가의 무용수 연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폴 시냐크의 '라로셸'은 점묘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바르톨레나 큐레이터는 "1886년 인상파의 마지막 공식 전시회 이후 혁명적인 예술가들이 인상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순수한 색상의 점들을 병치시킨 점묘법은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반 고흐 늙은 남자의 초상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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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늙은 남자의 초상'.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파블로 피카소의 '어릿광대의 두상 II'다. 피카소가 사망 직전에 완성한 이 작품에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장의 마지막 소망이 담겨 있다. 반면 빈센트 반 고흐의 '늙은 남자의 초상'은 화가로서 생을 시작한 초기 반 고흐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이 소박한 작품에서 후에 불꽃같은 예술혼을 보여줄 반 고흐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교과서급 명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플로렌스 필립스의 남다른 안목과 열정이 있었다. 20세기 초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을 꿈꾸던 그녀는 당시 영국에서 외면 받던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을 적극 수집했다. 문화적으로 척박했던 아프리카 대륙에 예술의 씨앗을 심고자 했던 필립스의 노력은 현재 1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대 공공미술관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25명의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유럽 미술과 아프리카 미술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탄생한 독특한 예술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