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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일상에 닿은 고물가, 커피 한 잔도 조심스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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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5.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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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혹은 잠깐의 휴식을 위해 '카페인 충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그만큼 커피는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필수 음료지만 그 한 잔의 가격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커피값 인상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스타벅스·할리스·폴바셋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는 올해 1분기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등 주력 메뉴 가격을 200원에서 최대 600원까지 올렸다.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달 주요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컴포즈·더벤티 등도 잇따라 가격을 조정했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동서식품은 오는 6월부터 맥심 모카골드·카누 아메리카노 등 커피믹스·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9% 인상한다. 맥심 티오피·맥스웰하우스 RTD(즉석음용 커피) 등 커피 음료는 평균 4.4% 오른다. 지난해 11월에 이은 두 번째 인상으로 불과 6개월 만이다.

업계는 커피값 인상의 배경으로 원두 수입 단가 상승·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유통비용 증가 등을 꼽는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산지의 기후 악화로 원두 가격이 급등한 데다 환율 불안과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커피 업계가 가격 조정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그보다 훨씬 무겁다. 단순한 원가 반영이 아닌 일상 곳곳에 부담을 더하는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 커피 한 잔에 7000원이 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이젠 커피 한 잔도 맘 편안히 마시기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커피 한 잔이 조심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업무 중 짧은 숨을 고르는 수단이고 자영업자에게는 하루의 리듬을 정리하는 여유다. 때로는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찾게 되는 음료이기도 하다. 그런 커피값이 오르면 일상 속 작은 여유마저 부담으로 느껴진다.

그에 따라 소비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편의점 PB커피와 캡슐커피·홈카페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를 찾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커피는 여전히 마시지만 이제는 '무엇을 마실지'보다 '어떻게 마실 것인지'가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반복적인 인상의 정당화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충분한 설명과 진심 어린 조율이다. 사람들은 단지 '왜 올랐는가'보다 '왜 이렇게 자주 오르느냐'를 묻고 있다.

커피값 인상은 오늘날 생활물가에 대한 민감도를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지표다. 사소한 가격 변화가 쌓이면 어느 순간 커다란 불만이 되고 이는 일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피로감이 사회 전체의 피로로 번지지 않도록 지금은 무엇보다 조율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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