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영업 드라이브로 환전액 1조7000억원 돌파
트래블카드 강자인 하나금융과 시장점유율 격차 좁혀
'후발주자' 우리·농협은 점유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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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카드를 연계한 연간 환전액 규모도 두 금융그룹에서만 '조(兆) 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인 영업 드라이브를 걸며 외화통장 신규 고객이 빠르게 유입된 결과다.
반면 '후발주자'로 꼽히는 NH농협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고객 유치 동력이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여행 전문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새롭게 출시하며 해외여행족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금융그룹 입장에서 트래블카드는 '신규 고객 유치'와 '환전액 확대' 1석 2조의 효과를 누린다. 트래블카드 경쟁이 치열해진 작년 한 해 동안 5대 금융의 신규 외화계좌 수는 81만명을 돌파했다. 외화계좌를 통해 저원가성 예금이 확대되면 예대마진을 높일 수 있다는 매력도 있는 만큼 트래블카드 시장을 놓고 금융그룹간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집계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규 외화계좌 수(개인·요구불 기준)는 총 64만7159좌다. 2023년 1~5월 누적 계좌 수는 18만7273좌에 불과했지만, 트래블카드 경쟁이 본격화된 작년을 기점으로 외화계좌 개설 수가 폭증했다. 작년 같은 기간 개설된 신규 외화계좌 수는 81만4331좌에 달한다. 트래블카드 수요 영향으로 외화통장 신규 계좌수는 지속 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신한금융이다. 작년 2월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한 후 이를 통한 환전액이 1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1년3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하나금융의 '트래블로그'가 여행 특화 체크카드 시장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은 1·2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펼쳐왔다. 신한은행은 출시 직후 직원들에게 영업 할당량을 지정해 줄 정도로 적극적인 유치전을 벌였고, 작년 7월에는 고객솔루션그룹에 '체크카드솔루션실'을 신설해 체크카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공들였다. 이달 7일엔 10개국 통화 환전이 가능한 'SOL트래블 라운지 을지로입구역점'을 오픈하며 대면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신한금융 카드계열사인 신한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5대 은행계 카드 중 가장 빠르게 확대됐다. 작년 4월 20.4%였던 시장점유율이 올해 4월 29%로 커지면서, 하나카드와의 격차를 절반(27.6%포인트→12.7%포인트)으로 좁혔다.
다만 하나금융 '트래블카드'의 시장 선점 효과는 여전하다.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1년 새 6.3%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점유율 41.7%로 독주를 하고 있다. 트래블로그의 누적 환전액 규모는 지난 17일 4조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이 외국환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국내 최다(最多)인 42종 통화를 제공하며 해외 여행객 수요를 끌어 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우리금융와 NH금융은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우리카드와 농협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지난 4월 각각 9.3%, 5.7%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2%포인트, 1.6%포인트 하락했다. 양사 모두 여름 휴가철에 맞춰 작년 6월과 7월 연달아 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출시했는데,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탓에 신규 고객 유입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들은 대신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트래블카드는 신규 고객 확보와 요구불예금 확대에 장점이 있어, 작년부터 경쟁이 치열했다"며 "시장 선점 효과가 강해, 상품을 선(先)출시한 은행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