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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기대 등 홍콩대들, 하버드대 등 유학생 유치 경쟁...중국 정부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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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6. 02. 08:35

홍콩과기대 "하버드대 등 유학생 무조건 수용"
"중국·홍콩 출신 하버드대 유학생 수십명 문의"
홍콩 행정장관 "미 유학생들, 홍콩 유학 지원 최선"
닛케이 "홍콩, 시진핑 정부 중점 과제 '인재 강국' 선봉장"
홍콩과기대
홍콩 과학기술대는 5월 23일 미국 하버드대 유학생들의 편입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홍콩과기대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홍콩 대학들이 잇따라 유학생 유치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중국 인재들을 불러들여 인재 유출을 막으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2일 보도했다.

시진핑 정부가 중국 유학생이 많은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미국을 떠나는 중국 인재들을 홍콩 대학으로 유치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 홍콩과기대 "하버드대 등 유학생 무조건 수용...중국·홍콩 출신 하버드대 유학생 수십명 문의"

홍콩 과학기술대는 닛케이에 "이미 하버드대 유학생 등 수십명으로부터 문의가 있었다"며 주로 중국 본토·홍콩 출신 유학생과 입학 예정자들이 '학업 중단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 등을 상담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하버드대에 대해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5월 23일 홍콩과기대는 "(유학생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며 편입 절차와 학생 생활 지원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다양성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학습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홍콩대는 하버드대 유학생과 연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편입하면 장학금과 학점 인정 등 특혜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고, 홍콩이공대는 특별팀이 장학금과 편입 절차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링난(嶺南)대는 중국 유학생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편입 신청 창구를 설치했다.

홍콩과기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모든 미국 대학과 학술기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지원은 하버드대 소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등 홍콩의 대학들이 미국의 다른 대학의 우수한 유학생들을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하버대대
중국계로 보이는 미국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5월 23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로이터·연합
◇ 홍콩 행정장관 "미국서 차별·불공정 대우 학생들, 홍콩 유학 지원 최선...유학생 정원 확대 검토"

리자차오(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27일 "미국에서 차별받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홍콩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유학생 정원 확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홍콩 교육국 고위관계자도 5월 23일 각 대학에 유학생 유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고, 하버드대 홍콩 동문회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비난하면서 "해외의 중국 학생과 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에는 1만158명의 유학생과 외국 국적 연구원이 있으며 이 가운데 중국 국적자가 2126명으로 가장 많다. 2024년 하버드대의 전체 유학생 수는 전체 재학생의 약 27%인 6800명 정도이고, 중국 출신이 20%이고, 이어 캐나다(11%)·인도(9%)·한국·영국(이상 4%) 등의 순이다.

홍콩 보안법
한 홍콩 시민이 2021년 6월 24일(현지시간) 홍콩의 반(反)중국공산당 매체 빈과일보 마지막 판을 들고 있다./AP·연합뉴스
◇ 닛케이 "홍콩, 시진핑 정부 중점 과제 '인재 강국' 선봉장...홍콩 보안법 시행 후 중국 본토 제외 유학생 수 감소"

홍콩의 미국 유학생 지원책에는 중국 학생 보호와는 또 다른 의도도 엿보인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자립자강(自立自强)' 노선을 취하고 있는 시진핑 정부가 '인재 강국'을 슬로건으로 우수 인재 유치를 서두르고 있는데, 이러한 해외 유학 우수 인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중점 과제에 홍콩이 선봉장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통제 강화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을 등지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외국 이주자에서 유입자를 뺀 중국의 순 이민자 수는 2023년 약 57만명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따라서 미국 대학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른 혼란 상황은 두뇌 유출 현상을 바꾸려는 시진핑 정부에 호재다.

홍콩의 대학들을 미국 대학 유학생들을 수용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영국 통치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아 영어로 연구·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세계적 수준의 우수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영국 고등교육닷컴(THE)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홍콩대(35위)·중문대(44위)·홍콩과기대(66) 등 100위 이내에 5개교가 포함됐다.

하지만 6월 30일로 5주년이 되는 홍콩 국가안전유지법(보안법)이 학문의 자유를 억압해 우수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 현지 대학교수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포함하는 연구 주제가 대학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홍콩 주요 8개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 수는 2024년 약 2만6000명으로 보안법 시행 이전인 2019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지만, 중국 본토 출신을 제외하면 약 5500명으로 같은 기간 12% 줄어 홍콩과기대가 표방하는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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