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으로 눈 돌렸지만 접근성 좋지 않다는 게 단점
새 정부는 하드웨어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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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시내에는 대형 공연을 열 수 있는 장소가 아주 부족하다. 공연장으로 용도를 전환해 1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해 봤자 서울올림픽주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고척스카이돔,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 등이 전부다. 이 마저도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은 리모델링중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공연이 열릴 때마다 잔디 훼손 시비가 일어나는 탓에 공연 개최는 '하늘의 별 따기'다. 또 고척스카이돔은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콘서트 개최가 어려운데다 KSPO돔은 대관 신청이 늘 폭주해, '공연 적체' 현상이 자주 빚어지곤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공연이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형편이지만, 음악팬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지난 4월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이 열린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충분한 주차 공간 제공과 더불어 지하철역과 공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영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등 불편을 줄이려 애썼지만, 경기권 그 중에서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와 송도달빛문화공원 등 인천에 위치한 공연장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실제로 경험하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수준급의 음향 시설 및 좌석을 갖추고 있으나, 너무 외진 곳에 있어 택시를 제외한 대중 교통 이용이 매우 어려웠다. 송도 신도시 내의 송도달빛문화공원은 주변 사정이 더 열악했다. 세계적인 록밴드 건즈앤로지스의 내한 공연이 열렸던 지난달 1일의 경우, 주차 공간을 모두 폐쇄해버린 탓에 자가 차량을 이용해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차 세울 곳을 찾아 공원 주위를 몇 바퀴씩 돌아야만 했다. 그 와중에 어렵게 발견한 지하철역 비포장 임시 주차장은 공연 시작 직전까지 내린 비로 뻘밭이 돼, 사람도 차도 진흙 투성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콘서트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워낙 커 '스위프트 노믹스'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이상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트와이스와 에스파, 세븐틴 등 스위프트에 나름 버금가는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의 공연을 최적의 조건에서 상시적으로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장소가 서울 시내에 전무하다시피 한 지금의 상황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공연장과 같은 하드웨어 구축도 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조건 중 하나란 걸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