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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국 이상의 국방 수장이 참석하는 '우크라이나 방위연락 그룹(UDCG)' 회의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지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회의 종료 후인 이날 저녁에야 브뤼셀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헤그세스 장관이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 중 하나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서,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하려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소홀히 하면 미국과 서방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프랑스와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미국이 유럽 주둔 병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버리면 결국 대(對)중국 억지력에서도 미국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자리로,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 국방장관 주도로 설립됐다.
오스틴 전 장관 재임 시 미국은 이 그룹의 의장국 역할을 맡았으며, 매월 열리는 회의에 직접 또는 화상으로 참석해왔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이후 미국의 주도적 역할에서 한발 물러섰다. 새 군사 지원을 발표하지 않고 이번 회의 참석도 포기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월 첫 참석한 UDCG 회의와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추진과 러시아 점령지 전면 수복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유럽이 우크라이나 방위의 재정·군사적 책임을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