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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구청장 4번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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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승인 : 2025. 0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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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parkaram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는 3선 연임을 마친 전직 구청장들의 '재등판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임기 제한으로 잠시 물러났던 이들이 정치 무대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청장을 12년 해 본 '올드맨'의 귀환 명분은 '나만이 상대 당의 강력한 라이벌을 꺾을 수 있다'는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폭넓은 인지도와 임기 재임 중 성과를 무기로 내세우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내년 6월 선거를 앞둔 지금의 상황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계엄 등에 따른 경기침체와 초고령사회 현실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구청장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지는 등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12년 동안 특정 지역을 이끌었던 경험은 지방 행정에서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지역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가로막는 낡은 관행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며 주민의 요구는 더욱 세분화됐고, 지역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구청장은 주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일꾼이다. 노후한 골목길 하나, 비어 있는 상권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리다. 아동 복지, 어르신 돌봄, 도시 재생, 청년 주거, 지역 경제처럼 주민 생활과 직결된 모든 문제가 구청장의 손을 거친다.

정책은 누구나 제안할 수 있지만, 이를 일상의 변화로 만들어내는 건 구청장의 몫이다. 돌봄·안전·주거·일자리·공공서비스 등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일은 결국 구청장이 얼마나 소통하고, 발로 뛰느냐에 달려 있다.

이렇게 막중한 구청장 자리는 오랫동안의 소중한 경험과 갈고 닦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지만 젊은 패기와 참신한 아이디어, 돌파력도 요구한다.

유권자들은 경력보다 변화에 대한 감각과 실행력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추세다. 더욱이 세계적인 도시 서울 25개 자치구는 누군가의 '귀환 무대'가 되어선 안 된다.

서울 행정의 최전선인 구청장 자리에는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 세대교체는 단순히 나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정치의 언어와 감각, 시야를 바꾸는 일이다.

정치는 독점이 아니라 순환이다. 여든 야든, 기득권이 자리를 내어주고 참신한 시각과 실천 의지를 지닌 후배에게 힘을 실어 줄 때, 유권자는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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