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가 대중화·창작자 중심의 시장 환경 조성 등 과제
|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작품이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을 거머쥔 것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은 것만큼이나 놀라운 사건"이라며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무대 예술 장르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이 수상까지 이어진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그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한국이 단순히 서구 문화를 소비하는 시장이 아닌, 창작 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창작한 이 작품은 현재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
국내 창작진들의 해외 진출 시도는 이미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신춘수 대표의 '위대한 개츠비' 브로드웨이 진출, '마리 퀴리'의 웨스트엔드 장기 공연, '팬레터'의 중국 진출 성공 등이 그 예다. 특히 '팬레터'는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아시아권에서의 인정을 받았다.
현수정 공연 평론가는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창작하는 윌휴(박천휴-윌 애런슨) 콤비의 방식은 평범하지 않지만, 한국뮤지컬 시장을 텃밭으로 활동해온 점에서 우리 뮤지컬의 국제적 성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K-뮤지컬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의 대중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평균 판매액은 5만9392원으로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원 교수는 "일반 대중은 티켓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한다"며 "대중이 더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뮤지컬 산업 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처럼 관광 효과를 고려한 공연장 부가세 감세 혜택 등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서울 중심으로 집중된 뮤지컬 시장 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원 교수는 "지역에서 만들고 서울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시장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엔젤 펀드나 모태 펀드 같은 투자 시스템 활용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원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이익 집단이나 창작자들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대통령이 수락 연설에서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만큼 "뮤지컬계의 이런 낭보가 구체적인 정책적 고민의 좋은 결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