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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AI융합대학 고삼석 석좌교수가 최근 출간한 '넥스트 한류'는 이 같은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콘텐츠·미디어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한류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면적인 사고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먼저 한류 30년사를 객관적으로 돌아본다. 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된 한류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구조적 문제점들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특히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왜곡된 점을 우려한다. 이로 인해 콘텐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팬들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한류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이런 위기 인식을 바탕으로 고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이 바로 '엔터테크'(Entertainment+Technology) 전략이다. 단순히 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콘텐츠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확장현실(XR),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들이 콘텐츠의 기획부터 제작,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혁신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기술이 곧 문화산업의 생존 전략"이라며 인식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한다.
플랫폼 주도권 회복도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해외 플랫폼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한류를 단순한 문화 수출업에서 벗어나 '문화적 동반자'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는 쌍방향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또한 아시아 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공진화 전략'을 제안한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한류의 주요 거점 국가들을 직접 방문해 현지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단순한 일방적 수출이 아닌 공동 제작과 인적 교류, 기술 협업을 통해 아시아 전체의 문화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아시아 문화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고삼석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 산하 K-컬처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 같은 구상이 향후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목표로 K-컬처 플랫폼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술 혁신의 파도 속에서 한류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넥스트 한류'가 던지는 메시지다.
도서출판 새빛. 2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