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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왼쪽)작가와 윌 아론슨 작곡가가 지난 8일(현지시간_미국 뉴욕시 3 웨스트 클럽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최우수 뮤지컬상을 수상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제78회 토니상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한 박천휴 작가는 10일 SNS에 "놀랍고 두렵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박 작가는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곡가 윌 앨런슨(Will Aronson)과 찍은 시상식 사진과 함께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다"면서도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에 '어워즈 시즌'을 즐겼다. 저와 윌의 수상을 기뻐해주고 뿌듯해하는 분들의 얼굴을 보며 제 마음이 깊이 차올랐다"고 밝혔다.
또한 "시상식 후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다. 이렇게 큰 칭찬을 받아 버렸으니 이제 기대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공감, 위로가 되길 바라는 이야기를 그저 하던대로, 좀 더 열심히 쓰겠다"고 마무리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을 수상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창작한 박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작사·작곡상과 극본상을 공동 수상했다. 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토니상 작사·작곡상과 극본상을 받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 지난해 11월부터는 미국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대로 공연 중이다.
아래는 박 작가의 인스타그램 소감문 전문.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어요.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작가로서 아주 긴 시간 동안 혼자—물론 다행히도 저에겐 윌이라는 굉장히 훌륭한 동업자가 있지만—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되고요.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에요.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입니다. 만약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성공을 가져다줄 무언가를 원한다면, 분명 이 일은 어울리지 않아요.
토니어워즈를 비롯해 이번 ‘어워즈 시즌’을 나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건, 저와 윌 외에도 오랜 시간 동안—그리고 지금도 매일—이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분이에요. 저와 윌의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는 그분들의 모습. 그 행복해하는 얼굴들을 보며, 제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걸 느꼈어요.
어제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해요. 꽤 오래 공연을 만들어 왔지만, 동시에 아직 고작 이 정도밖에 터득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큰 칭찬을 받아 버렸으니, 이제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저 하던 대로 해야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봐야죠. 그리고 부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바라야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저 하던 대로. 대신, 좀 더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