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임명되면서,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 실장이 평소 강조해 온 정책 방향이 이 대통령의 공약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다. 그러나 공직에서 물러난 뒤엔 블록체인 업계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산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맡아 가상자산과 관련된 다수의 정책 보고서를 이끌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선 “한국이 디지털 G2로 도약하려면 민간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면, 원화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금융 주권 확보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국부 유출을 막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공약집에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등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정책 기조와 인사의 방향이 일치하면서 업계는 정부의 민간 스테이블코인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에 대한 2단계 입법 논의를 재개할 채비에 나섰다. 관심은 한국은행 주도의 ‘프로젝트 한강’과는 별개로, 일부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추진 중인 민간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정책적 무게가 옮겨질 수 있느냐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예금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해 실생활 결제에 활용하는 모델이다. 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 콘트랙트와 실시간 감사, 상환 알고리즘 등을 기반으로 신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구조가 다르다.
김 실장은 “디지털 시대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이 아니라, 설계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금융당국은 은행 중심 설계에 익숙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규제 수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은 강하게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의 대체재로, 비은행 기관이 임의로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과정에 중앙은행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