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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결권 없는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한미글로벌 복지기금 출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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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승인 : 2026. 03. 11. 07:00

상법개정안 본회의 통과 이튿날 자사주 출연
사내 복지재단·복지기금 지분율, 김 회장 상회
법적으론 문제없어…향후 복지기금에 출연 안돼
시장에선 “복지기금 출연, 오너 경영권 방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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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지 하루 만에 한미글로벌건축사사무소가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 20만주를 무상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보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복지기금으로 이전되면서 의결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피하는 동시에 우호지분을 늘린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기존 주주의 지배력과 주주환원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어, 사실상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글로벌은 지난달 26일 한미글로벌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 20만주를 무상 출연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앞서 한미글로벌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보통주 34만7300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가치산정을 위해 20만주를 1주당 2만1250원으로 평가했다. 처분 예정 금액은 42억5000만원이다. 처분 방식은 한미글로벌의 자기주식 계좌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이번 출연 이후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14만7300주로 줄었다.

이번 출연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의 한미글로벌 지분율은 3.19%에서 5.01%로 1.82%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김종훈 회장 측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20.07%에서 21.89%로 높아졌다. 이는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 6.12%보다 15.7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 측의 우호지분 기반은 한층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과 함께 한미글로벌 지배구조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법인과 복지기금이 보유한 한미글로벌 지분율은 11.41%로, 김 회장 개인 지분율 10.4%를 웃돈다.

복지재단과 복지기금은 본래 임직원 복지 증진을 위한 조직이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최대주주에게 우호적인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꾸준히 무상 출연해 온 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현재 근로복지기금에 출연된 자사주는 배당재원을 통해 구성원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실제 직원 복지활동 수행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내매도 가능성이 낮아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낮고 회사의 저출산 지원정책 확대에 따른 근로복지기금의 재원마련 측면의 출연이지 대주주 지분확대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는 기업이 복지기금을 통해 회사 지분을 보유해도 문제없다. 다만 지난 6일 공포된 3차 상법개정안에선 앞으로 복지기금 출연을 자사주 소각 예외 사유에서 제외됐다. 이는 앞으로 오너가 복지기금에 주식을 출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자사주 소각 대신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회사가 보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복지기금으로 이전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주주의 주주환원 기대를 낮추고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유사한 사례로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거론된다. 한진칼은 지난해 8월 사내근로복지기금에 한진칼 지분 0.66%를 출연했다. 이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0.09%에서 20.75%로 상승했다.

조 회장은 정석인하학원 1.9%, 대한항공 사우회 1.09%, 정석물류학술재단 0.95%,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 0.66%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약 4.6%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과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 등 이른바 '호반 3인방' 간 지분 격차는 1.63%포인트에서 2.29%포인트로 벌어졌다.

정치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한 배경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초 자사주 취득이 특정 주주의 이익 수단으로 활용되고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 자사주를 복지기금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경영권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논란이 없을 수 있다"며 "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복지기금이나 복지재단의 지분율이 오히려 더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연구소장은 "복지기금 출연을 자사주 소각 예외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그간 이 제도가 오너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돼 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사주 출연 예외와 관련해서는 "오너가 특정 안건에 반대할 경우 우리사주를 보유한 근로자들이 현실적으로 이에 반하는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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