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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갤러리]김종하의 ‘선인장생(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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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6. 10. 09:27

투데이갤러리 김종하
선인장생(生)(162×112.5cm 캔버스에 유화 물감 1977)
화가 김종하(1918~2011)의 작품은 감각적인 현실과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관객을 몽환적인 상상의 공간으로 이끈다.

그의 작품에는 허공에 뚫린 창문과 그 안에 떠 있는 구름 한 점이 등장한다. 이러한 단순한 구성과 선명한 색채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김종하 작품에 등장하는 선인장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선인장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흥미로운 양면성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뾰족한 가시와 거친 표면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내부에는 촉촉한 수분을 가득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빨간 열매를 맺고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선인장의 모습은 현실을 초월한 어떤 세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에겐 하늘조차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그 이상의 세계로 향하는 하나의 창에 불과하다. 이는 김종하의 내면에 현실 너머의 견고한 세계가 실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선인장 둥치의 뾰족함은 살을 찌르듯 강렬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고통과 쾌락이 밀접하게 연결된 인간 감정의 이중성을 상기시킨다. 김종하는 이러한 상징을 통해 생명의 강인함과 불가항력적인 욕망, 그리고 무의식 깊숙이 자리한 에로틱한 지향성을 대담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정적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감정의 세계가 숨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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