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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해외 거주 중국인 보호와 경제 이익의 보호다. 2004년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수는 3만개를 넘어섰고, 세계 고용 시장으로 진출한 중국 노동자의 수도 500만명에 달했다. 해외여행자의 수는 한 해 평균 1억명이나 되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이 일대일로를 포함하여 해외투자 및 건설에 쏟아부은 액수는 무려 약 343조2246억 원에 달한다. 해외 거주 중국인의 안전과 경제 이익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던 건수는 세 차례로, 리비아(2011), 예멘(2015), 수단(2023)에서 내전이 발생했을 때였다. 당시 PLA는 항공기와 함정을 총동원해 각각 3만5860명, 571명, 1171명의 중국인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경제적 손실은 막대했다. 가령 리비아 내전에서 중국의 75개 건설업체가 약탈을 당했고 이들이 수행하던 50여 개의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둘째는 육상과 해상을 활용한 에너지 수송로의 보호다. 2040년경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 및 원유 수입량은 2016년 대비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수송로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육상 수송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곳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와 미얀마의 차슈푸 항구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이다. 과다르 항구가 있는 발루치스탄주(洲)는 발루치족이 분리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이미 2017년부터 발루치스탄해방군이 중국 호텔, 중국 대사관, 공자학원 등을 대상으로 무장 공격과 자살 폭탄 테러를 하고 있다. 수년째 미얀마 정부군과 교전 중인 반군단체 아라칸군, 타앙민족해방군,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도 2017년부터 미얀마 북동부 샨주(洲)를 통과하는 송유관을 위협하고 있다. 다른 한편, 호르무즈해협, 인도양, 말라카해협, 남·동중국해로 이어지는 중국의 해상 수송로는 미국 5함대와 7함대의 통제하에 있다. 이 때문에 2003년 11월 후진타오 주석은 에너지 해상 수송의 불안을 말라카 딜레마라고 표현한 바 있다.
셋째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확장이다. 중국의 영토면적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4위지만 EEZ 면적은 33위에 불과하다. 영토면적이 비슷한 미국의 EEZ 면적은 세계 1위로 중국의 12배가 넘는다. 영토면적에서 중국 17분의 1에 불과한 프랑스의 EEZ 면적(2위)은 중국의 10배고, 영토면적에서 중국 25분의 1에 불과한 일본의 EEZ 면적(8위)은 중국 4.6배나 된다. 더 극명한 예시는 남태평양 도서국인 키리바시다. 영토면적에서 키리바시는 중국의 1만1953분의 1에 불과하지만, EEZ 면적(12위)은 중국의 3.58배나 된다. 키리바시를 포함하여 남태평양 도서국 전체의 EEZ 면적은 전 세계 EEZ 면적의 14%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남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들 국가의 EEZ를 공동 개발, 활용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남태평양 도서 10개국과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EEZ 면적의 인위적 확장을 위해 동·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도서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인공섬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째는 해외 군사기지 확충을 통한 위상 제고다.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2위지만 미국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GDP 대비 3.2%를 국방비에 지출(약 1000조원)하고 있는 것에 반해 중국은 1.9%만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추격 잠재력은 매우 크다. 가령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5%를 지속하고 미국처럼 GDP 대비 3% 정도를 국방비에 지출할 경우 2040년에 중국의 국방비도 1000조원을 돌파한다. 하지만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국방비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2024년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총 128곳으로, 유럽(50곳), 인도태평양(44곳), 중동·중앙아시아(19곳), 아프리카(9곳), 중남미(6곳)에 산재해 있다. 중국의 국방비가 미국 3분의 1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미국 3분의 1인 정도인 42곳 정도가 되는 것이 합당하다. 이 점에서 PLA는 해외 군사기지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섯째는 국제공공재 제공을 통한 평화적인 현상타파다. 지배국은 리더십을 얻기 위해 절대다수의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제공공재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지배국은 타국의 무임승차를 허용하면서 과도한 부담을 짊어진다. 국제공공재가 공급되고 유지되면 지배국은 단기적으로 감내한 손실을 리더십 인정이라는 중장기적 이익으로 보상받는다. 하지만 세력전이(power transition)가 진행될 경우 지배국은 국력 비축을 위해 국제공공재 제공을 주저하게 된다. 이에 반해 도전국은 지배국의 리더십에 균열을 내는 평화적인 현상타파 전략으로서 대안적인 국제공공재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중국은 미국을 추격하기 위해 군사적 투사를 국제공공재 제공에 활용하고 있다. 바로 평화유지군 파병이 그것이다. 중국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경찰 인력과 군병력을 분쟁지역에 파견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활약한 PLA 해군의 병원선 '평화의 방주'호는 49개국 37만여 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134개국 15세 이상의 시민을 대상으로 "2023년 현재 어느 국가의 리더십이 가장 높은가?"를 묻는 갤럽의 설문조사에서 중국은 1위 독일(46%), 2위 미국(41%)에 이어 3위(30%)를 차지했다.
중국의 군사적 투사(投射)가 중국몽과 천하질서를 구현할 수 있는 탄탄한 물질적 토대가 될지 아니면 강대국의 쇠퇴를 재촉하는 과잉팽창(overstretch)이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자신감에 차있고 서방은 위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방 주도의 규칙기반 자유주의 질서에 편승해 정치경제적 혜택을 누려온 한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