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가득 채우지 못하는 대표팀
변하지 않는 축구협회가 문제 본질
|
예전 같으면 시끌벅적할 일이지만 왠지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와 홈경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WE 대한'이라는 카드섹션 응원 등을 준비하며 애썼지만 만원 관중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경기가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의 상징적 홈구장이다. 지난해 잔디 논란 이후 9개월 만에 A매치가 열렸지만 기대와 달리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이날 관중은 4만1911명으로 약 6만5000명 수용 인원을 감안하면 약 64% 수준이다. 축구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경기만이 아니다. 한창 축구협회가 시끄러웠던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전(5만9579석), 10월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있은 이라크전(3만5198석), 올해 3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전(3만5212석)도 매진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매진 된 경기는 지난 3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요르단전(4만1582석)이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여가 생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프로스포츠다. 최근 종목을 막론하고 관중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같은 수퍼스타들이 포진한 축구대표팀의 만원 관중 동원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저에는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질적으로 그 난리 통을 겪고도 협회는 바뀐 것이 별로 없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 역시 무시 못 한다. 홍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예선(7승 7무) 이후 16년 만에 대표팀을 무패로 본선에 올렸지만 정작 중요한 본선 경쟁력을 놓고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의 월드컵 본선 사상 최악 성적인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국 축구를 이끄는 대한축구협회의 문제다. 이미 신뢰를 잃은 수장이 그동안의 숱한 실책을 책임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국민들의 마음이 한 데 모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 좋은 성적을 내면 물론 좋다. 하지만 지금 시대정신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국민들의 의식과 눈높이는 예전과 다르다. 축구만 잘한다고 모든 잘못이 잊히고 용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너무나도 명백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으면 2002년 모든 국민이 하나 돼 목청껏 응원하던 한국 축구의 봄날은 다시 오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