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관급공사했더니 남은 게 없어요” 유찰률 62%…인프라 사업 ‘비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12010005871

글자크기

닫기

이철현 기자

승인 : 2025. 06. 13. 11:13

동탄도시철도 두 차례 입찰에 무응찰
컨소 일부 건설사, GTX-B사업 손떼
서부선 도시철도 17년째 진척 없어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장기 표류 가능성
공사비 현실화 안되면 결국 국민 피해
KakaoTalk_20250612_165427937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관급공사를 바라보는 건설사들의 시각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 보니 '잘 해야 본전, 못하면 역적'이라는 극단적인 시각까지 존재한다. 급기야 사업에서 아예 발을 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민들까지 피해를 보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적정 수준의 건축비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술력 중심으로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300억원 이상 대형 관급공사인 '기술형 입찰' 유찰률은 2021년 50%를 기록한 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평균 62%에 이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교통 등 국가 중요 인프라 사업까지 연기되는 등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진행한 '동탄 도시철도'의 건설사업자 선정 입찰에서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8일 동탄 도시철도 건설사업자 선정을 위한 첫 공고를 낸 후 두 번째다. 공사비 6114억원 수준으로 동탄 도시철도 2개 구간 31.55㎞를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며 참여를 꺼렸고 결국 무응찰로 막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낮다는 점을 들어 더 올려야 참여할 건설사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소 현재의 공사비보다 최소 15% 이상 인상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착공식을 가졌던 GTX-B사업은 비상이 걸렸다. 이 사업을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한 일부 건설사들이 탈퇴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건설사를 찾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 말 계약서 체결 후 이르면 이달에 착공해야 하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은평구에서 관악구를 잇는 경전철 노선인 '서부선 도시철도 사업'도 17년째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사업비를 4.24% 올려 기존 대비 642억원이 늘어난 1조5783억원으로 증액했지만 여전히 사업성을 낮다고 보고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관급공사의 경우 공사비 현실화가 너무 어려워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핵심 사업이기도 한 공항사업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하며 사업의 장기 표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대표적이다. 이 사업 주관사인 현대건설은 지난달 사업 철수 계획 발표 후 이달 4일 컨소시엄 소속 11개사와 후속 절차 인계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전했다.

현대건설은 국토부가 제시하고 있는 84개월의 공정기간 내 안전과 품질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108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공사비도 기존 10조5000억원에서 1조원 증액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토부는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이번에 현대건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사업 절차가 시공사 선정 단계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2029년 12월 개항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현실적인 공사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공사비 연도별 건설공사비지수 추이를 보면 2021년 118.63이었던 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30.10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현실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사 지연→국민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적정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건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서 최소 수익률조차 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가 없는 것은 당연하며 국민 편의도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