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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머니마켓, 해법은]주가조작 세력 아웃…정부, 제2의 SG사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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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 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6. 15. 18:30

불공정 거래 조사 인력 늘려 신속 처리
과징금·재산 환수 등 처벌 수위 강화
"행정 제재 적시에 시행돼야 효과 커"
"미국·영국 등처럼 금융당국 권한 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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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프랑스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물이 쏟아져나오면서 8개 종목이 곤두박질쳤다. 대성홀딩스, 선광, 하림지주 등 8종목에서 나흘간 사라진 시가총액만 8조 2000억원에 달했다.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등 주가조작 세력들이 약 3년간 900명 이상의 투자자들로부터 명의를 넘겨받아 통정거래를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으로 적발됐다. 당시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만 7000억원이 넘는다. 최근 법원은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1000만원, 추징금 1944억원을, 라씨와 함께 혐의를 받는 안모씨에겐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라씨에 부과된 벌금과 추징금을 합해도 부당이득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현재 두 사람 모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2017년 6월, 에스모 전 대표 김씨는 기업사냥꾼 일당과 함께 에스모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하고 주가조작을 하는 데 가담했다. 인수 이후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김씨는 2018년 에스모 주식 1584만주를 라임 펀드에 780억원에 팔아넘기면서 57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대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을 부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가 조작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핵 중의 핵은 금융시장, 그 중에서도 주식 시장"이라면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예고했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부당이득에 과징금까지 더해 재산을 환수하는 엄벌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주가조작 세력에 팔을 걷어부치게 된 건 불공정거래로 적발된 사람 중 전력자 비중이 30%에 달하면서다. 그동안 대부분 과징금 처벌로만 이뤄진데다 징역형도 1~3년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2년 SAC캐피탈의 내부자 거래를 적발해 부당이득의 2배가 넘는 합의금을 받아냈다. 6억 1600만달러(한화 8426억원) 규모다. 부정거래 혐의자는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정부의 '불공정거래 관련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시행을 위해 인력은 물론 주가조작 혐의자에 대한 과징금 및 제재 수위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에는 주식시장에 만연했던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부터 사라져야 불공정거래가 줄어들 것이란 강경 기조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조사 및 심리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주가조작 등의 행위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신속성, 정확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하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추진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빈도 매매에 대해선 거래소에도 관련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AI(인공지능)와 결합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다. 또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매달 일정하게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대기중인 사건들도 있어 적체를 줄이기 위해선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라덕연 사태 당시에도 처리해야 하는 사건은 상당한데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상당했다. 한달 동안 처리 가능한 사건들은 20건 뿐인데 당시에 심리 요청이 대거 몰리면서 사건 적체가 많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가 시장감시 과정에서 포착한 불공정거래 징후에 대한 월평균 심리 진행 건수는 약 14건(2024년 10월~2025년 2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인 건수는 154건(2025년 2월 기준)이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시장에서 적발된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98건에 달했는데 이중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이 59건, 부정거래가 18건, 시세조종은 16건 등으로 나타났다.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올 4월 이후부터 부정적 거래 행위에 대해선 금융위 결정으로 계좌 지급 정지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라덕연 사태 당시에도 계좌를 정지시켰지만,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올 4월부터는 즉시 시행이 가능해지면서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업계선 부정적 거래 행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상당했다.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 하에 재범률이 30%에 달하기도 했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가조작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및 회피 손실액의 4~6배 이하 벌금에 처한다. 산정이 곤란한 부당이득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있도록 했다. 기존 불공정거래에 대해 법원 확정 판결까지 장기간 소요되고 기소율이 낮다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같은 처벌 강화에도 불공정거래 행위는 사실상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불공정거래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 통보한 854명 중 53.5%는 조사만 받고 재판까지 가지 않았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불공정거래 관련 대법원 선고내역에 따르면 절반 수준인 48.5%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돼야 함은 물론, 관련한 행정 제재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공정거래의 경우 형사처벌에 의존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처벌은 강력하지만 기준이 높아 책임으로써 활용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며 "형사처벌에만 의존하지 않고, 행정 책임이나 민사 위주로 조금씩 전환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행정 제재들이 적시에 시행이 돼야 효과가 가시화 되는데, 현재까지는 그러지 못한 제도적 장애들이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과징금뿐만 아니라 다른 행정제재들에 대한 논의도 지금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미국, 영국, 일본 등 사례를 보면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데 있어 금융당국이 긴요한 역할을 한다"며 "새 정부 들어 불공정거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조사나 제재에 대한 권한들을 조금 더 포괄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서영 기자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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