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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환율 급등에 금융그룹 ‘긴장’… 2분기 실적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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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5. 06. 15. 17:49

중동위기 고조에 안전자산에 몰려
RWA관리 악화·환손실 영향 우려
4대 금융그룹, 시장 모니터링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일시적인 영향"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로, 4대 금융그룹 2분기 실적에 변수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13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 여파로 금융그룹들이 기대했던 환차익 실적과 위험가중자산(RWA) 개선 기대감도 꺾였다. 환율이 떨어질수록 외화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고, 주주환원 수준을 결정짓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양국의 갈등 확산으로 환율이 치솟을 경우, RWA 관리는 물론 환손실 발생 등 실적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일부에선 과도한 우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동 분쟁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점차 안정을 찾고 있어,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모두 환율·유가 변동성 확대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단 입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서로 간 공습 이후 환율·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중동 지역 악화에 따라 환율, 유가 변동성 우려에 따른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며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환율 변동성 때문이다. 환율이 요동치면 대규모 외화자산을 보유한 금융그룹 실적에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 작년 말에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그룹은 대규모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을 봤다. KB금융 핵심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부문 수익이 전년 비 2000억원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달 초 1370원 선이었던 환율은 미국 물가 우려 완화에 지난 12일 1350원 선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1369.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일 대비 10.9원 오른 수치다.

문제는 양국의 갈등이 격화, 전쟁으로 확산되는 경우다. 전쟁 시 안전자산에 투자를 하는 심리가 강해지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단기간 빠르게 환율이 오를 경우 빠르면 2분기부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초 증권가는 1분기 1470원 수준이었던 환율이 2분기 들어 1300원대를 유지하면서 금융그룹의 비화폐성환차익이 약 700억~800억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익은커녕 환손실 걱정을 해야 한다.

여기에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을 위해 철저히 관리해 왔던 RWA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 채권과 달러화 대출 등 외화 표기 자산과 부채의 원화 환산 가치가 증가한다. 은행의 외화 자산 위험이 커져, RWA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환율로 인해 RWA 관리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대출영업 등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금융그룹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한 2분기 실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작년 말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을 경험하며 환율 리스크에 적극 대비하고 있는 데다, 물가 등 미국 경기 지표가 안정세를 찾는 등 시장에서는 환율이 다시 하락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일시적인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의 장기적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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