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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로 복귀하는 ‘홈런왕 오타니’… 663일만에 ‘투타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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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6. 16. 17:00

17일 샌디에이고전 '선발 투수' 예고
치열한 선두 싸움에 오타니 조기투입
오타니 "투타겸업이 익숙하다. 준비됐다"
Giants Dodgers Baseball
LA 다저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회 홈런을 치고 타구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투수로 복귀한다. 예상보다 투수 복귀 일정이 빨라졌다. 그간 오타니는 타자로만 나서며 올시즌도 미국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홈런왕 경쟁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오타니는 17일(현지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투수로 출격한다. 다저스와 함께 서부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연일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지구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다저스는 16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 후 다음날 샌디에이고전 선발 투수로 오타니를 낙점했다.

오타니가 마운드에 서는 건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2023년 8월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663일 만이다. 거의 2년간 투수로 선수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제구력만 과거 모습을 되찾는다면 타자에 이어 마운드에서도 메이저리그 강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수를 쌓아왔다.

오타니의 이번 선발 등판은 지난 시즌부터 다저스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후 첫 선발 경기다. 지난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일본 프로리그를 '이도류'로 정복하고 빅리그 평정에 나섰다.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2021년과 2023년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2023년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지난 시즌엔 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는 완벽한 홈런타자로 변신하며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50-50(50홈런-50도루)에 성공했다. 오타니가 타자에 전념하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이 세워졌다.

오타니의 투수 성적도 수준급이다. 통산 86경기에 등판해 481.2이닝을 투구하면서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의 성적을 냈다. 팀내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려면 3점대 평균자책점이 필요한데, 오타니는 2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 수치를 보이고 있다. 보통 팀내 1선발도 2점대 기록은 흔치 않다. 과거 류현진은 2019시즌 다저스에서 29경기를 선발로 나서 182⅔이닝을 던지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2020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해 아메리칸 리그에서도 사이영상 3위를 기록했다. 이 때 평균자책점은 2.69였다. 그만큼 오타니의 통산 선발 성적이 좋다는 의미다.

◇치열한 리그 1위 레이스에… 후반기 계획 앞당겨 '오타니 선발 체제' 돌입

올해 재활을 마친 오타니는 생각보다 빠르게 마운드로 복귀하게 됐다. 오타니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다저스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공 44개로 3이닝 라이브 피칭을 펼쳤다. 다저스의 기존 계획은 후반기 시작에 맞춰 오타니를 투수로 투입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등 지구 라이벌의 강력한 도전에다저스는 오타니 조기 복귀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클레이튼 커쇼, 더스틴 메이, 타일러 글래스나우 등을 비롯해 양대리그 사이영상 투수인 블레이크 스넬까지 품에 안은 다저스는 말 그대로 투수 왕국이다. 여기에 일본인 특급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사사키 로키까지 가세하면서 선발진은 애초 포화상태였다. 다만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맡았던 토니 콘솔린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글래스나우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설상가상 리그 최고의 투수 스넬도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사사키도 예상보다 부진이 길어져 선발진에 구멍이 났다. 사실상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는 야마모토와 최근 복귀한 커쇼, 메이 뿐이다.

다저스 입장에선 메이가 생각보다 선발진의 한 축을 견고히 맡고 있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커쇼가 '에이징커브'를 딛고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한 시름 덜었다. 하지만 특급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오타니 복귀를 조기에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현재 오타니는 매우 의욕이 넘치는 상태"라며 "라이브 피칭을 계속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실전에서 쓰는 것이 더 낫다"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오타니가 1~2이닝만 던져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손해 없이 전력에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타니는 "지난 라이브 피칭에서는 실전 수준의 힘과 구위가 나왔다"며 "투타 겸업은 분명 몸에 부담이 더 가지만 나에겐 익숙한 일이고, 병행하는 것이 내겐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히려 지난해가 예외적인 시즌이었다.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투타 겸업으로) 경기에 뛸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MLB닷컴은 "오타니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더라도 아직 정식 선발 투수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다저스는 불펜 데이로 경기를 자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타니가 몇 차례 오프너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전체 투수 운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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