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변수는 ‘물음표’
“법적 책임 명확한 기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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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와 의료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는 초진이어도 사용자 누구나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법안은 사용자를 재진 환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면 진료 이력이 있는 병원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안은 18세 미만 및 65세 이상 환자에 한해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그 외 연령층은 기존 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번이라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섬·벽지와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 군인, 감염병 환자, 휴일·야간 진료 불가피 환자,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초진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담겼다.
이 법안은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주당은 법안에 대해 기존의 원격의료 개념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 협진 개념을 도입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의 정의와 구체적 허용 범위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정해 비대면 진료가 보다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용자들의 연령대와 수요층을 고려하면 현실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누적 약 270만건의 비대면 진료 가운데 90.9%가 18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층이 이용했다. 특히 18~49세 이용 비중이 84.5%에 달한다. 65세 이상은 1.1%, 18세 미만은 8.0%에 그쳤다. 또 환자들이 기존에 진료를 받았던 병원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고, 해당 병원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초진과 재진을 구분할 구체적인 기준이나 법률적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현재는 의료진 자체 판단이나 환자 본인이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중개 플랫폼이 이용자의 재진 여부를 확인하려면 진료 정보가 담긴 전자의무기록(EMR)을 확보해 구분해야 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의 비대면진료 법제화 움직임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며 "진단과 치료에 제한이 큰 비대면 진료의 특성상,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제도화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피할 수 없지만, 제도적 안전장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로 인해 발생한 책임소재와 새로운 리스크 등에 대한 대응 체계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