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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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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24. 17:42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부문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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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부문장(전무)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기 속에 서 있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과거 우리가 신뢰했던 정보, 데이터, 이론마저도 더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간 충돌,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 남중국해, 대만해협, 그리고 한반도 등 지구촌 전역에서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전시(戰時)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전선은 총성이 울리는 곳만이 아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이끄는 AI(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우주항공 기술과 이에 기술 굴기를 앞세워 맞서고 있는 중국 간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이 기술패권 전쟁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동시에 또 다른 전선인 화폐 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되면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부상했고, 국채를 담보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주요 통화 시스템의 균형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이제 이러한 세계의 불안정성과 복잡성은 '뉴노멀'이 됐다. 총성 있는 전쟁과 총성 없는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 시대는 단순한 지정학적 이슈를 넘어 금융시장의 흐름과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 투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질서가 균열 조짐을 보이는 지금,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다. 이 질문은 중장기 투자 전략의 나침반이 된다. 지금 주목해야 할 건 단기 수급이나 정책 뉴스가 아닌 세계 구조를 바꾸는 지속 가능한 메가 트렌드다.

첫 번째는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전쟁이 상시화된 세상에서 안보는 더 이상 군사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 경제 안보, 기술 안보, 에너지 안보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개념으로 확장됐다. 폴란드가 NATO 회원국의 방위비를 GDP의 3%로 올리자고 제안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생존 본능이 작동하면서 전 세계 방위비 증가가 구조적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는 방위산업을 일시적 특수가 아닌 장기적 성장 산업으로 바라봐야 함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기술 패권 전쟁의 심화다. AI와 테크가 주도하는 미래 시장에서의 우위는 곧 차세대 글로벌 패권을 의미한다. 오픈AI의 챗GPT부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미국 빅테크의 혁신에 중국이 바이두, 알리바바를 앞세워 맞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 혁신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고, 이 분야에서의 우위는 단순한 기업 경쟁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따라서 AI와 테크 관련 투자에서는 단기 변동성보다 기술 혁신이 만들어낼 미래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화폐 전쟁의 격화다. 달러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미국은 디지털 자산을 통해 달러 패권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국채를 담보로 한 USDT,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은 달러의 글로벌 유통을 디지털 영역까지 확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디지털 금'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변화는 화폐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투자 영역이다.

투자는 단기 트레이딩이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감지하고, 그 에너지가 투영되는 산업과 기업에 장기적으로 동행하는 것이 오늘날의 진정한 투자 전략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를 넘은 해석의 힘,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철학적 시야다. 질서가 재편되는 시대에, 기회는 항상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를 묻는 투자자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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