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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험실 고기’라는 오해를 넘어, 미래 식탁의 주인공 ‘배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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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18. 18:26

임완중 국가독성과학연구소 박사
임완중 국가독성과학연구소 박사
필자는 최근 국내 배양육 업체가 생산한 세포배양식품 원료에 대하여 국내 인허가 기준에 맞춘 독성시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국내 배양육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 성과 뒤에는 수많은 도전과 난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산·학·연·관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무균 배양시설에서 증식시켜 고기를 생산하는 혁신적 식품 기술이자, 미래형 세포 농업기술이다. 최근 인구 증가 및 단백질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통 축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축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사료 등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배양육은 전통 축산업과 동행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배양육을 환경오염, 동물복지, 항생제 남용, 전염병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안전성 평가 결과는 배양육이 '실험실의 아이디어'에서 '국민 식탁'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할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내 배양육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기술적·사회적 과제가 많다. 첫째,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양액 원료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절감과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 둘째, 대량생산 공정의 표준화와 자동화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셋째, 소비자의 신뢰와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실험실 고기'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배양육의 안전성과 가치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식용 배양액 개발 등 배양액의 국산화를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자동화·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한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 품질관리 표준화 등으로 생산 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은 식량안보 차원 및 미래 식량 자원의 확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불안,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농·축산업을 단순한 1차 산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보고 첨단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팜 등과 같이 배양육 기술은 한정된 토지와 자원,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특히 전염병이나 해외 수급 불안 등 비상 상황에서 배양육은 국민 식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가 식량안보와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배양육의 산업화는 쉽지 않다. 기술, 비용, 인식, 제도 등 수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우리는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내 최초의 안전성 평가 결과는 과학적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앞으로도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기술 혁신과 신뢰 구축에 매진한다면 대한민국의 배양육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과학이 식탁의 모습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선택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배양육은 그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품은, 다음 세대의 건강과 지구의 내일을 꿈꾸게 하는 새로운 약속이다. K-배양육의 도전과 혁신이 대한민국의 식탁을 넘어, 세계 식량안보의 새로운 해답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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