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경영철학 반영 변화
성과주의 강화 속 노조 반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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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이 쇄신을 강조하는 건 신한카드가 현재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 우려에 놓여있고, 간편결제 사업자는 카드사들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했다. 앞서 삼성카드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직 효율화를 꾀한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단순한 인력 재배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존 팀장급인 관리자수도 대폭 줄어들게 되면서 노동조합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박 사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 체계를 안착시키는 게 과제가 될 전망이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전날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4그룹 20본부 81팀 체계에서 4그룹 20본부 58부 체계로 재정비했다. 기존 팀별 핵심 기능을 부(部)를 중심으로 통폐합해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직개편이다. 통폐합이 진행되며 부서장의 책임과 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조직 내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페이먼트 R&D팀'과 '영업기획팀'이 '영업기획부'로 통합됐다. 디지털 지급결제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페이먼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질적인 영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치다.
업무 범위가 비슷한 조직의 통합도 이뤄졌다. '고객마케팅팀'과 '미래고객팀'이 '고객마케팅부'로 합쳐졌으며, 전사 마케팅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전사 상품 라인업을 유기적으로 운영, 관리하기 위해 '상품 R&D팀'과 '체크선불팀'을 '상품 R&D부'로 합쳤다. '가맹점정산팀'과 '회원정산팀'이 '정산업무부'로, 'Data Biz1팀'과 'Data Biz2팀'은 'Data Biz부'로 각각 통합됐다.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하고, 리더십을 집중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파트 조직을 기존 36개에서 12개로 개편하기도 했다.
이같은 조직 변화는 박 사장이 '비움과 채움'을 제시하면서 비효율적인 영역을 정비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조직이 복잡할 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이 변화를 꾀하는 건 카드업황 악화 속에서도 신한카드가 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기준 삼성카드에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준데다, 1분기에도 실적이 역성장했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851억원으로 전년 동기(1357억원) 대비 26.7% 감소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1분기 184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상황이다. 게다가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 우려에 놓여있다.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대응하지 못하면 더욱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노조의 반발은 부담 요인이다. 앞서 신한카드 노조는 팀장급 자리가 대폭 축소되는 등 대대적 조직개편에 대해 반발하며 투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번 조직개편이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노조와 갈등을 해소하고 조직개편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는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사업 구조 재편에 방점을 뒀다"며 "조직 쇄신과 체질 개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중장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