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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영웅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도 일회적이고 형식적이다. 진정한 기억은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영웅이라 불렀다면, 그들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 보훈은 단순히 순국선열을 기리는 의식만이 아니다. 보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이들의 삶을 제대로 예우하고 지원하는 제도적·실질적인 행위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희생의 상징만 취하고, 보상시스템은 체면치레 수준에 그친다. 오늘날 많은 국가유공자들은 자신이 '기억받고 있는 존재'인지 회의감을 갖는다. LIG넥스원 신익현 대표는 파리에어쇼 참가를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현지에서 UN군 참전용사 세르주 아르샹보(95)씨를 방문해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전했다. 신 대표가 방문한 자리에서 아르샹보씨는 "한국이 우리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런 방문은 큰 위로와 자부심이 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단지 한국이 다시 찾아줬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이역만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총칼을 들고 적과 맞섰던 서방의 영웅들은 신 대표의 방문이라는 작은 행동으로 위로를 받은 것이다.
영웅에 대한 기억은 의무다. 영웅에 대한 기억이 역사박물관에만 갇혀선 안되며, 그들의 후손과 지금의 군인들에게까지 살아 있는 메시지가 돼야 한다. 보훈은 특정 부처나 계층만의 일이 아니다. 영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했던 사람들이며 그 선택의 결과 위에 우리는 오늘날 서 있다.
"국가는 너희를 결코 잊지 않는다"는 말이 진실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보훈이 단지 과거의 장식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지는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영웅들의 과거를 기리는 데 머무르지 말고, 우리의 삶 속에서 영웅들을 예우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문화 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영웅이란 단어는 공허한 수사가 아닌 헌신과 희생에 대한 증명이 된다. 기억은 곧 책임이다. 책임은 행동으로 완성될 때 빛이 난다. 영웅에 대한 기억이 진심이라면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 보훈'으로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