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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충돌과 파편화된 국제질서 속 외교는 생존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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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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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2025년 현재 세계 질서는 전환기적 불안정성 소용돌이 속에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내부와 외부의 도전 속에서 이완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한국 신정부의 대외정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동맹의 이름으로 포장된 압력, 기후와 통상 이슈에서의 간극, 미중 충돌과 중동 전쟁의 동시다발적 전개는 한국의 외교·안보 지형을 압박하고 있다.

◇ 한미 간 '전략적 간극' 확대: 기후와 에너지, 통상 안보의 충돌

신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다자주의, 그리고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외교 핵심 지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재편을 위해 한국에 보다 철저한 공조를 요구하고 있으며, 기후와 에너지 정책에서조차 안보와 통상을 연계한 압박 기제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향후 충돌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실질적인 대만지원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대만에 500명의 군사고문단을 진주시켜 전략적 모호성을 떨쳐버리고 대만방위공약 의지를 확고히 했다. 대만유사시 관여하거나 주한미군을 투입할 것은 명약관화하며 이를 동맹국의 참여로 확장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한국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 및 안보 리스크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 군사기술 협력의 재편: 일본으로 기우는 미 해군 조선 및 건함 협력

주목할 변화는 한미 간 조선 및 방산 협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함정 건조 및 MRO 협력처로 한국 대신 일본을 고려할 수 있다는 움직임은, 단순히 기술 또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신뢰의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내 대선의 공정성에 대해 지속적인 의구심을 제기하며, 한국에 파견되었던 선거 감시단의 보고서가 오는 6월 26일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은 한미 간 '신뢰의 결빙'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 군수산업 기회의 상실뿐 아니라, 한미 연합작전의 유연성과 지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방산기술 협력 축의 일본 이동은 미일 주도 안보체제의 강화를 의미하며,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에서 '하나의 전구'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 이스라엘-이란 전면 충돌과 미국의 개입: 글로벌 전쟁 재편의 서막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은 그 자체로도 파급력이 크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전략과 얽히며 세계 안보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6월 16일 이후 이란이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은 대사관 폐쇄와 결정적 전환점이다. 이는 미국의 직접 개입을 유도하거나 정당화할 빌미를 제공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담 도중 급히 귀국하여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는 사실은 향후 대규모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군사개입 정당성을 강화시킨 악수로 평가되며, 이는 곧 중동 질서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이 충돌이 미중 관계, 미북 협상, 러시아와 이스라엘 간 균형에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안보의 동시다발적 불안정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 미북 관계, 러-이스라엘 축의 부상, 그리고 중국의 딜레마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단순히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도 간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며 북한에 대한 조기 접촉을 시도하는 이유는 한국 신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 신정부가 대북방송 중단, 심리전 전단 살포금지 등 대북정책을 전환하면서 미국 측이 한반도 정책 자체를 조정하려는 기류가 강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흐름은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비공식 협조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전화 통화는 중동 정세를 둘러싼 일시적 이해 일치의 조짐으로 평가된다. 이는 러시아 내 250만 러시아계 유대인의 영향력,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미국의 주의 분산을 기대하는 러시아의 계산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다. 즉, 러시아는 반이란 전선에서 미국과의 암묵적 협력을 통해 전략적 숨통을 트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로 갈 예정이던 미 방공 미사일의 이스라엘 전환 배치에도 영향을 주었다.

반면 중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이란은 중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었으며, 현재의 전쟁은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 유가의 급등 조짐과 함께 원유 수입 비용 상승, 공급망 교란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의 회복세를 크게 저해할 전망이다. 동시에, 이란을 방어하지 못하는 중국의 모습은 중동 내 영향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전략적 후퇴로 귀결된다.

◇ 전환기의 한국, '균형'외교 아닌 '생존·번영'외교로의 전환 필요

종합하면, 현재의 국제질서는 이념과 동맹을 넘어 생존과 재편의 문턱에 있다. 미국의 단극질서 복원 시도, 중국의 전략적 고립 가속, 러시아의 기회주의적 연대, 전쟁으로 비화한 중동의 갈등 격화, 북한의 재등장 등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재편의 징후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신정부는 기후와 인권을 내세운 '가치'외교만으로는 격변하는 정세에 대응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균형'외교가 아닌 '생존·번영'외교다. 에너지, 방산, 안보에서의 전략적 선택을 분명히 하고, 통상과 기술 분야에서 능동적 외교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미중, 미러, 중동의 삼각지에서 한국의 이익을 명확히 설정하고, 외교안보 리스크를 자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충돌의 시대, 파편화된 질서 속에서 외교는 생존 그 자체이며, 그 방향에 따라 우리의 생존과 번영 혹은 쇠퇴가 정해질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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