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자치구 니즈 맞아 떨어져 최근 적극 추진 청담·삼각지·석계·도곡·오목교 역 등에 잇따라 코스 계획 어르신 건강-고립감 해소에 효과 커 다른 자치구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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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성북정릉스크린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 2일 스크린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최근 파크골프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초단체들이 골프장 부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은 '파크골프장 부지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도시일수록, 도심일수록 더하다.
서울 시내 구청장들도 파크골프 코스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특히 실외는 물론 실내공간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공급자를 자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하철 역사의 자투리나 빈 공간을 스크린 파크골프(실내) 코스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사로서는 역사 공간활용도를 높이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관심을 보인 대표적인 자치구는 강남구와 용산구, 성북구 등이다. 땅값과 집값이 비싼데 여유 부지가 절대 부족한 이들 자치구는 파크골프 공간 확보에 심한 갈증을 겪어 왔다.
3대가 함께 하는 가족 파크골프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진심인 강남구는 7호선 청담역에 면적 97.44㎡ 규모의 실내 코스를 만들기로 공사와 합의했다. 또 강남구 요청에 따라 3호선 도곡역에도 이달 중 계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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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탄천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 2일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성남시와 공군, 서울시를 찾아다니며 천신만고 끝에 27홀짜리 탄천파크골프장을 조성한 강남구는 지난해 말 서울시 최초로 도곡경로당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파크골프를 한 게임하면 1만보 정도 걸으니 건강에 좋다. 특히 이웃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어울리니 사회적인 네트워킹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노년층의 고립감이 해소되는 효과가 크다"며 "시민의 건강을 위해 공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구도 적극적이다. 이달 중 교통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6호선 삼각지역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11월에 완공하기로 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공간은 258㎡ 규모로 5~6타석 정도 만들 예정"이라며 "공사기간은 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는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과 용산2가동 기계식주차장 건물에 스크린 코스를 설치하고, 용문동 철도유휴부지에 파크골프 연습장을 9월 개장할 계획이다.
용산구 삼각지역 스크린파크골프장 예정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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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용산구 6호선 삼각지역에 들어설 스크린 파크골프장 예정 부지가 공사 시작을 위해 비어 있다. /정재훈 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민의 여론을 듣고 코스 확보에 열성이다. 박 구청장은 얼마 전 용산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가 고향인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 시유지에 해변 파크골프장 조성하는데 건설비용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김동일 보령시장에 전화를 걸어 용산 구민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박 구청장은 "용산 주민이 해변 골프장에서 라운딩한 뒤 보령 시내의 음식점을 이용하고, 더불어 전통시장에서 쇼핑하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김 시장을 설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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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성북정릉스크린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 2일 스크린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성북구는 1호선 석계역과 9월 중 계약을 체결한 뒤 상가 공간에 221㎡ 규모의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든다. 공사 기간은 3개월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 상가는 2019년 10월부터 대략 59개월 동안 공실 상태였다. 성북구는 지난 1일 강북 지역 최초로 성북정릉스크린 파크골프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이 골프장은 2023년 신축한 민간 빌딩 1개층을 건물주가 기부채납하자 구에서 예산을 투입해 코스를 만든 사례로 다른 자치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 자치구는 물론 다른 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자, 교통공사는 자치구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공사는 현재 △4호선 미아역 50㎡(강북구) △6호선 효창공원앞역 64㎡·63㎡(용산구) △5호선 오목교역 119㎡(양천구) △2호선 신대방역 240㎡(동작구) △7호선 청담역 97.44㎡(강남구) △ 5호선 강동역 202.41㎡(강동구) △ 5호선 강일역 92㎡(강동구) △6호선 석계역 94㎡(노원구) 등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파크골프가 이렇게 어르신들의 건강과 고립감 해소에 효과가 크자 서울시는 지난 2월 논의를 거쳐 지하철역 역사공간에 실내파크골프장 설치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시는 수요조사를 거쳐 자치구에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앞으로 지하철 역사 내 여유공간을 시민을 위한 취미·문화 클래스나 독서 라운지 등으로 적극 활용해 수익 확대는 물론 공공성도 함께 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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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탄천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 2일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