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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윤석열 정부 초기에 단행된 행안부 인사에서 본부 실장급 8개 직위 중 7명을 포함해 전체 본부 실·국장의 64%가 교체된 바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이재명 정부는 각 부처 차관 인사에서 정치적 배경보다 실무 능력을 우선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차관급은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자리인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된 인사도 능력이 있다면 그대로 기용할 수 있다는 원칙이 엿보입니다.
이번 행안부 인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수 유지'입니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고참 기수를 건너뛰고 상대적으로 젊은 간부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기수 파괴' 인사가 특징적이었습니다. 실제로 고기동 전 행안부 차관은 행정고시 35~37회를 건너뛰고 38회에서 임명돼 세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로 주목받았습니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는 내부 승진을 통해 기존 기수를 유지하는 안정적 인사 기조가 나타났습니다. 김민재 차관은 행시 38회 출신으로 고기동 전 차관과 같은 기수입니다. 김광용 본부장도 지방고시 1회(행시 39회 상당)로 전임자인 이한경 전 본부장과 동기입니다.
기수 파괴 인사는 조직의 연공서열 문화를 타파하고 능력 중심 인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사회 특성상 기수 파괴 인사는 조직 내부의 반발과 구조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란 시선도 있습니다. 특정 기수를 건너뛰는 인사가 이어지면 선배 기수들은 더 이상 승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조기 퇴직하거나 조직에 대한 동기와 소속감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국장급 이상 인력풀이 협소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 공무원은 "이번 인사는 조직 사정과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 기조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전했습니다.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가 잦아지면 조직 내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인사 방향이 불투명해지면 구성원들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게 돼 전문성 축적이나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적 중심 인사도 필요하지만 공직사회의 안정성과 신뢰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행안부 인사는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일괄 교체'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신호로도 해석됩니다. 정치적 충성도보다는 실무 경험과 조직 이해도를 중시하는 방식이 새 정부 인사의 기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