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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연예인의 인기란 한순간 바람처럼 사리지기 십상이어서 결정적 시기에 '위험'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요구된다. 더욱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월드스타로 도약한 방탄소년단임에랴.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들은 때가 되면 군대에 간다. 이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군 입대 문제는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의 화두였고, 외신까지 떠들썩했다. 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군복무로 인한 공백이 주는 손해 등 셈법이 복잡했던 탓이다.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의 주된 근거인 국위선양은 BTS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 정도로 따지면 BTS 등 대중예술인이 더 적합할 수 있고, 이들도 병역특례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작 그들은 매번 언론이 군 입대 계획을 물을 때마다 한결같이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며 한목소리로 "병역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 이름처럼 (적의) 탄알을 막으러 군문(軍門)에 들어선 것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성실한 군 생활은 한때 연이어 불거졌던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와 대조되는 행보라 더 주목받았다. 가짜 뇌전증부터 지적장애 진단까지 아이돌 스타들의 병역 비리 소식이 이어질 때면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대중의 실망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월드스타'의 수식어를 내려놓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해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처음처럼 완전체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7명이 함께 있는 그림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팀이 아니라, 군 복무를 통해 자기만의 서사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더 깊고 성숙해진 마음으로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12년 전 데뷔 초창기, 작은 연습실에서 시작해 전 세계 스타디움을 돌며 아미들과 호흡하게 된 지금까지 그 긴 여정들에서 이들은 단 한 번도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BTS는 단순한 K-팝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이 문화 자체를 세계와 연결된 언어로 확장시킨 상징이자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팀워크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것도 무려 13년째 세계적 스타군단의 멤버 7명 전원이 3년 가까이 군복무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재결합, 계속해서 함께 길을 간다는 것은 가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BTS를 탄생시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가장 중시한 인재 선발 요인은 인성(人性)이라고 한다. 그는 초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이 '재능'이 아닌 '인성'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인재의 세 가지 요소로 꼽은 신체(physical), 기량(competency), 인성(personality) 중에서 인성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는 것. 도덕성만이 아니라 열정, 끈기, 성실성, 협동심 같은 면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선발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오늘날 BTS와 아미들이 함께 보여주고 있는 '선한 영향력'의 파급은 인성을 중시한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K팝 그룹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 문화, 사회, 심지어 경제와 국제관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방탄소년단 효과'라는 용어로 설명될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을 몇 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 BTS 멤버들은 자신들의 사회적인 영향력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책임감, 겸손함, 그리고 아미에 대한 깊은 감사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아티스트로서 끊임없이 성장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들의 이러한 태도는 '방탄소년단 현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7명의 멤버가 오랜 시간 사회적 압력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예술가로서의 품격과 진정성을 지켜내며, 아미의 변함없는 헌신을 발판 삼아 전 세계 문화, 사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21세기 톱 아이콘'이자 시대의 문화현상으로 계속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한국정치일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멸사봉공(滅私奉公)하기는커녕 다수의 힘을 앞세워 국가의 기본과 안정을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극한 불신과 상생에 어깃장을 놓는 행위를 예사로 하는 정치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은 언제나 낮은 자세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보듬으며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누구나 좋아하는 세계 최고의 음악인이 된 것이다. 정치야말로 원래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BTS 보유국'에 걸맞은 대한민국 정치는 이룰 수 없는 꿈인가.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