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관세 문제도 일정 영향
직접 개입 자제, 당분간 美와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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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23일 전언에 따르면 우선 외교부의 반응이 무척 신랄하다. 2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미국의 공습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및 국제법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맹비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날(현지 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 회의에서는 푸충(傅聰) 주유엔 대사를 내세워 미국이 중동 긴장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됐다는 요지의 비난을 퍼부었다.
언론 역시 연일 미국을 가차 없이 공격하고 있다.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해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관영 차이나데일리 등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미국이 스스로 '악의 축'이 됐다는 내용의 비난 기사와 보도, 사설 등을 내보내고 있다. 누리꾼이나 오피니언 리더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글들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미국이 불량국가의 길을 걷는다고 조롱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의 이란에 대한 무력 행사에 관민언(官民言)을 총동원해 거칠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이란이 자국과 거의 동맹 수준의 관계라는 사실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른바 장이치(講義氣·의리를 지킴)를 국제사회에서의 최고 덕목 중 하나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 G2 국가로서의 체면 역시 거론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행위가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대만 유사시에 개입할 것처럼 언행을 하는 미국에 진짜 그럴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성격을 가진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90일 동안 휴전 중인 관세전쟁으로 인한 악감정과 이번 기회에 마구 밀어부치면서 내친 김에 협상의 주도권을 쥐어보자는 판단도 중국이 미국을 거칠게 대하는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란은 모종의 루트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지원을 은밀하게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사태에 직접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립서비스만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는 더욱 첨예한 대립각을 확실히 세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