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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방패막 된 HBM… 美 반도체규제 우려에도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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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06. 23. 18:05

글로벌시장 AI용 메모리에 무게 추
엔비디아향 HBM, 韓생산이 안정적
中 공장 D램·낸드플래시 생산 위주
美장비 반입 규제해도 타격 '제한적'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이미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으로 생산 무게중심을 옮긴 덕분에 당장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이 중국 내 공장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 적용되던 'VEU(Validated End-User·검증된 최종 사용자)' 면제 조항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앞으로 장비 반입 때마다 미국 정부의 개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해 한국 기업들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조치가 현실화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당장의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회사의 중국 공장들은 현재 주로 범용 메모리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으며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처럼 첨단 공정과 최신 장비가 필요한 제품은 대부분 한국 내 공장에서 집중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중심 축이 HBM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생산 전략도 이미 국내 고부가 라인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상태다.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최신 사양의 HBM 생산은 기술 노하우가 집약되는 공정 특성상 중국보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안정적이어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서는 범용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 제한이 실제로 시행되더라도 핵심 사업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생산시설은 상대적으로 첨단 기술 의존도가 낮은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비 반입 제한이 시행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기존 설비로 충분히 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미국 정부의 규제 검토가 중국 자체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한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중국 내 공장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장비업체의 증착, 식각, 검사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미국산 장비가 공급되지 않으면 중국 업체들은 첨단 공정으로 전환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장기적으로도 상대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중국도 자체 메모리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지만 HBM처럼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은 여전히 한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결국 삼성과 SK는 향후 HBM 중심의 국내 생산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중국 생산시절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정부도 이번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 움직임과 맞물려 진행 중인 한미통상협상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근 방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과 고위급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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