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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민족문화 보고’ 불교 무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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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7. 16. 11:37

고정된 유형유산의 한계 벗어난 무형유산
불교 무형유산, 문화콘텐츠로 활용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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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생전예수재를 위해 지전 등 장엄물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 중인 스님들과 신도들./제공=봉은사
황의중 기자의눈
문화재 즉 국가유산이라고 하면 탑·미술품·건물·조각 등 유형유산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은 의례 같은 무형유산일 수 있다.

유형유산은 활용도에 한계가 있다. 박물관 수장고를 벗어나기 힘들다. 반대로 무형유산은 활동하는 기억이자 이야기다. 또 민족문화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보물창고라고까지 하는 것은 최근 굿, 민화 속 호랑이, 갓 등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킹덤' '파묘'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영화 등의 콘텐츠 소재로 활용돼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사가 실재 재화를 낳는 시대다.

특히 불교 무형유산은 천년의 역사가 담긴 스토리다. 일종의 유전자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15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한 봉은사 생전예수재는 좋은 사례다. 조선 후기 봉은사에서 설행된 생전예수재는 현대에 들어와서 수행적 측면이 더해졌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생전예수재를 두고 "보시·지계·인욕 등 육바라밀을 49일 동안 닦는 수행"이라고 재정의했다. 의료기술 부족과 재해를 겪던 전근대 민중이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복을 빌던 의례가 과거 생전예수재였다면, 개인주의화 된 현대에 와서는 걸맞은 서사가 다시 부여된 것이다. 이처럼 무형유산은 과거에 고정되지 않고 역동적이다.

또한 불교 무형유산은 생각보다 발굴할 자원이 많다. 이미 알려진 사찰음식 말고도 여름과 겨울 선원에 집단으로 수행하는 안거 전통 또한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무형유산이다. 진지한 수행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 미디어의 접근을 꺼리다 보니 대중에게 덜 알려졌을 뿐이다. 철마다 방부를 들이고 각자 소임을 맡아 공동으로 수행하는 이 선방(禪房) 문화 다른 불교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전통이다. 외국인 눈에는 티베트불교의 화려한 만다라 못지않은 문화콘텐츠로 비칠 것이다.

스님의 장례의식인 '다비(茶毘)' 또한 가치 있는 무형유산이다. 수행자가 끝맺음하는 다비 의식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언젠가 큰스님의 다비 의식을 끝까지 지켜본 경험이 있다. 관을 둘러싼 장작이 순식간에 강렬하게 타오르는 모습과 사리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인도는 바라나시 갠지스강 화장터를 자국의 뛰어난 문화 수준을 홍보하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외국인의 눈에는 경이로울 수 있다. '킹덤'이 뜨기 전까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갓'에 열광하리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한국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지금이 불교 무형유산에 관심을 가질 때다. 보물을 밖에서 찾지 말자. 이미 우리 안에 있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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