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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엄태정...80대 거장들 끝없는 예술혼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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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20. 10:42

'한국 현대미술 산증인' 이강소·엄태정 개인전 나란히 열려
실험미술 1세대 이강소, 세계적 화랑 타데우스 로팍과 첫 전시
추상조각 거장 엄태정은 아라리오갤러리서 개인전 선보여
이강소 화백
이강소 화백. /타데우스 로팍
한국 현대미술사의 산증인이자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두 거장이 각각 개인전을 통해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 실험미술 1세대인 이강소(82)와 추상조각의 1세대 엄태정(87)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두 작가 모두 80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여주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소의 개인전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사마'는 여러 의미에서 특별하다. 지난해 세계적인 화랑 타데우스 로팍과 소속 계약을 맺은 후 첫 번째 전시로, 이는 8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제 무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 파리, 잘츠부르크, 런던, 밀라노에 지점을 둔 타데우스 로팍은 이번 계약을 통해 이강소 화백을 유럽에 적극 알릴 계획이다. 특히 9월 파리 지점에서 열릴 개인전에서는 1975년 제9회 파리 비엔날레에서 발표해 이강소의 대표작이 된 '닭 퍼포먼스'를 5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강소 개인전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 개인전 전경.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 화백은 여전히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중시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사물을 하나 보더라도 모두 다 각기 다르게 본다. 입지도, 경험도 다르기 때문에 사물을 똑같이 인식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엄태정의 개인전은 87세 노(老) 작가의 끝없는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60년 넘게 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여전히 새로운 재료와 기법에 도전하고 있다.

엄태정 작가 아라리오갤러리
엄태정 작가. /아라리오갤러리
작업 초기 철을 사용하던 그는 이후 구리를 거쳐 2000년대부터는 알루미늄을 주 재료로 삼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3~5mm 두께의 얇은 알루미늄판을 사용한 '낯선자의 은신처' 시리즈 신작을 선보인다. "나이가 드니까 차갑고 오만하게 느껴졌던 알루미늄의 매력이 다르게 다가왔다"는 작가의 말에서 나이가 주는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더 큰 꿈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높이 3.5m 크기의 '낯선자의 은신처' 작품을 가리키며 "큰 공간에서 이런 규모의 작업을 50~60개 정도 한꺼번에 전시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예술가로서의 끝없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엄태정 개인전 전시 전경
엄태정 개인전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두 작가의 공통점은 각자의 분야에서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낸 1세대라는 점이다. 이강소는 1970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로서 개념미술과 퍼포먼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엄태정은 추상조각의 1세대로서 한국 조각계에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시했다.

또한 두 작가 모두 동양적 사유와 현대적 표현을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강소의 '어벙하게 그린' 그림에서 나타나는 여백의 미학과, 엄태정의 작업에 스며든 동양 철학과 자연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두 전시 모두 8월 2일까지.

이강소의 ‘무제-90207’
이강소의 '무제-90207'. /타데우스 로팍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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