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가짜 병원 차려 전신마취제 판매…‘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일당 기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21010011865

글자크기

닫기

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07. 21. 14:33

원가 47배 폭리…기소된 9명 중 5명 구속
마약류 지정되지 않아 오남용 사례 급증
111
작년 7월 서울 강남의 가짜 병원에서 판매·투약책 중 한 명이 의사 가운을 입고 여성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하는 장면./서울중앙지검 제공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수출용으로 가장해 국내에 불법 유통하고 가짜 병원을 차려 10억원이 넘는 약물을 판매한 조직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사건을 10개월간 수사한 끝에 공급책·공급 알선책·판매책 등으로 구성된 조직원 9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5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상위 공급책인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이모씨(41·구속)는 지난해 5월부터 같은해 8월까지 에토미데이트를 태국에 수출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한 뒤 국내로 빼돌려 중간 공급책 최모씨(38·구속)에게 3만5000㎖를 1억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공범 조모씨(39)와 함께 에토미데이트 4만5000㎖를 2억3500만원에 양모씨(37·구속)에게 판매했다. 양씨 등 공범들은 서울 강남에 가짜 병원을 차려 운영하며 2023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544회에 걸쳐 중독자들에게 8억8800만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판매·투약했다.

일당은 병원 운영자, 자금책, 간호조무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중독자를 연결해주는 알선책까지 두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병원 내 판매뿐만 아니라 중독자의 주거지로 찾아가는 출장 투약 방식도 활용했다. 이들이 중독자에게 하루에 결제받은 금액은 최대 1580만원에 달한 경우도 있다.

이씨는 약사법상 판매 행위에 수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수출 신고를 통해 판매 규제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씨가 에토미데이트를 태국에 수출했다고 신고한 뒤 발송한 우편물의 실측 무게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에 주목한 검찰은 태국 현지 수취인을 조사했고, 해당 의약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에토미데이트는 10㎖ 앰플 1개당 원가가 4200원이었지만 중간 공급책에게는 평균 2만8000원, 판매책에게는 평균 5만2000원에 거래됐다. 검찰은 판매책들이 중독자들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평균 20만원에 판매해 원가 대비 최대 47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고 밝혔다.

에토미데이트는 의식을 잃게 하는 전신마취제로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능을 지녔지만,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오남용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검찰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는 중독성과 위험성이 크지만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처벌 수위가 낮고 투약자에 대한 제재도 없어 오·남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2월 마약류로 지정하는 마약류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돼 현재 국회 심사 중인 만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서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