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긴장…책임 소재 돌아갈까
조종사 노조 "조류 충돌·둔덕 충분히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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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살리기 위한 조종사의 사투를 기억하는 동료들에겐 충격적인 소식이다. 앞서 조종사들이 충돌 직전까지 조종 장치를 만지며 고군분투한 모습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무엇보다 인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는 통상 관리자에 책임이 돌아간다. 향후 사조위는 '제주항공이 조종사를 잘 관리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상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혹 업무가 과다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제주항공 뿐 아니라 항공업계 전체가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물론 해당 여객기를 운영한 기업을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고인이 된 조종사에 대한 안타까움 조차도 객관적인 조사에 걸림돌이 되선 안 될 일이다. 다만, 자칫 기업만 잡고 중요한 안전은 놓치는 결과를 낳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유족들은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분하고 있다. 사조위가 조종사 과실을 뒷받침할 근거는 내놓지 않고 기정 사실화했다는 주장이다. 유족들의 반대로, 사조위는 지난 19일 예정됐던 언론 대상 조사결과 발표를 무기한 연기해야 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그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요인들에 대한 설명 없이 엔진 조사 결과만을 두고 조종사의 실수를 언급한 건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버드스트라이크의 위험이 있는 철새 서식지 근처에 무안공항을 세운 점,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 등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추측됐다.
조종사 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고의 여러 기여요인을 충분히 파악해야한다"면서 "사고의 가장 근본적 원인인 조류 충돌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사조위가 사실상 침묵하고 있으며 로컬라이저 둔덕문제에 대해서도 일관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책임소재가 있는 국토교통부의 인사가 사조위에 속해있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은 1100만 분의 1이다. 한 두 가지가 아닌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야만 사고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그 경위를 밝히는 과정은 결코 간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실타래를 풀어가야만 하는 건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고를 일으킨 원인을 세세하게 밝히고 재발을 막는 것이 무안에서 저문 생명에 대한 예의다. 사조위는 다음해 중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족과 항공업계, 국민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