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위한 가장의 소동극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
박찬욱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견고한 연출 기대
|
23일 투자·배급사인 CJ ENM과 영화계 등에 따르면 이 영화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제지회사 중견 간부 '만수'(이병헌)가 갑자기 해고된 이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렸다. 박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견고한 연출에 예측하지 못한 순간 돌발적인 쓴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가 더해졌다는 게 CJ 측의 귀띔이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으로, 'Z'와 '계엄령' 등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 출신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2006년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란 제목으로 이미 영화화한 적 있다. 박 감독의 이번 작품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게 아닌, 같은 소설을 다시 스크린에 옮긴 경우에 해당된다.
2002년 '헤어질 결심' 이후 3년만에 돌아온 박 감독은 오래 전부터 '액스'의 영화화를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치아 경쟁 부문 진출이 확정되자 박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고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의 초청까지 받고 보니 '그 긴 세월 이 작품 포기하지 않길 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라며 감격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베를린과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는 오래 전부터 한국 영화와 끈끈한 인연을 맺어 왔다. 고(故) 강수연이 1987년 '씨받이'로 제44회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2012년 제69회 경쟁 부문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박 감독은 2004년 '쓰리, 몬스터'가 비경쟁 부문에 초대받은 것을 계기로 영화제의 눈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이듬해 '친절한 금자씨'로 제62회에서 경쟁 부문에 올라 젊은 사자·베스트 이노베이션·미래영화상 등 3개의 비공식 상을 받았다.
한편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21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에 따르면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부고니아'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하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애프터 더 헌트',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에트랑제'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등 20편의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두고 '어쩔수가없다'와 경쟁한다.
올해 영화제는 다음 달 27일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