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계 최고 수준 기뢰 제거(소해) 능력'...트럼프 '다급한 손짓'과 도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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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동맹 차원의 요청을 넘어, 에너지 공급로를 이용하는 국가들이 안보 비용을 직접 분담하라는 이른바 '거래식 외교'의 정점이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결 구도에 주변국들을 끌어들여 안보 부담을 나누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국가적 과제와 미·이란 사이의 외교적 균형이라는 전례 없는 고차방정식 앞에 서게 됐다.
15일 본지와 취재를 통해 국내 해양안보 및 군사전략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군사적 동참 아닌 '항행의 자유' 명분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거래식 외교'… "수혜국이 비용 분담하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요구는 명확하다.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기조 아래,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 지구적 에너지 혈맥을 지키는 데 소요되는 군사적 자산을 이용국들이 나눠 맡으라는 것이다.
군사전략 전문가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준장 기갑)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닌, 미국의 전략적 자산 배치를 효율화하겠다는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드론, 기뢰, 단거리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의해 사실상 '살얼음판'이다. 미 해군조차 노후화된 소해함대를 퇴역시키고 새로운 대응 체계를 갖추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란의 조직적인 기뢰 부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韓·日·中 등 동북아 핵심 수혜국들을 작전 환경으로 끌어들여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극대화하고,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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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요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의 역할이다.
해양안보전문가인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일본 해상자위대는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기뢰 제거(소해)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자국 주변 해역에 방치된 기뢰를 제거하며 축적한 실전 데이터와 장비 운용 능력은 미 해군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급한 손짓'에 도쿄는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헌법상의 제약과 이란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고려할 때, 군함 파병은 일본 내에서도 거센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 원유 수입의 절대다수를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선택, '청해부대 확대'인가 '독자 연합군'인가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 깊다. 유지훈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금 즉시 전투함을 추가로 보내는 것보다, 일단 추이를 지켜보며 조건부·단계적 참여 옵션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한국은 이미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만까지 확대한 전례가 있다. 당시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체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대신, 청해부대의 독자적 임무 구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외교적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겼다.
군사전략·해양안보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이러한 '선례'가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유지훈 위원은 "한국이 참여하게 된다면, 그것은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적 동참이 아니라 '국제해양공공재 보호'와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한 책임 있는 기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임무의 성격을 선박 호송, 교민 대피 지원, 정보 공유 등으로 명확히 한정하여 교전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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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은 과거의 전면전 형태가 아닌, 기뢰와 드론을 동원한 '비대칭 위협'이다. 우리 함정이 투입될 경우, 자칫하면 미국의 대이란 작전 지원으로 비춰져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주은식 소장은 "군사작전 참여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원칙 아래 작전을 수행하느냐"라고 언급했다. 주소장은 "한국이 참여할 경우,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항행 자유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란과의 불필요한 정면 대치를 피하는 세련된 외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의 최적 해법은 '즉각 파견'도 '무조건 불참'도 아닌, 고도의 전략적 인내와 조건부 참여다.
정부는 한미동맹의 부담을 관리하는 동시에, 한국의 해양안보 역할을 국제사회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때다. 호르무즈의 파도는 거칠고, 대한민국이 던져야 할 '외교적 정답'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