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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조롱 도 넘었다”…기자협회, 대통령실 브리핑 생중계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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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승인 : 2025. 07. 23. 16:53

대통령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 발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가 최근 유튜브에 악의적으로 편집된 대통령실 기자회견 영상이 유포돼 기자들이 인신공격을 당한 것과 관련, 대통령실 차원의 기술적 대응을 촉구했다.

두 단체는 23일 '기자에 대한 공격은 곧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한 공격입니다'라는 공동 성명을 내고 "기자의 질문은 전혀 다른 맥락으로 왜곡된 채 유튜브에 악의적으로 편집·유포됐고, 해당 기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욕설 댓글과 함께 괴롭힘을 당했다"며 "그중 명백한 허위사실이 포함돼 법적조치가 이어졌고 뒤늦게 영상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악의적 질문'이라는 딱지가 붙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 기자들에 대한 공격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모욕 댓글들이 도배하고 기자의 질문 장면을 왜곡해 편집한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해당 기자들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도 전날 이와 관련해 "언론의 취재 활동과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라고 해서 특별히 대할 것도 없다"면서 "그러나 정당한 질문에 대한 인신공격, 특히 여성 기자를 향한 성적 조롱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폭력이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두 단체는 "대통령실이 질의응답을 포함한 브리핑 전 과정을 생중계한 지 24일로 꼭 한 달"이라면서 "지금처럼 기자 개인을 표적으로 삼고 조롱하며, 성희롱을 가하는 온라인 공격이 계속된다면, 기자의 인권과 취재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기자가 질문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질문을 두려워 하게 된다면 더 큰 문제"라며 "사라지는 것은 기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며 끝을 맺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4일부터 기자회견을 열 때 답변하는 정부 관계자와 질문하는 기자를 번갈아 비추는 쌍방향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브리핑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일부 유튜브에 기자회견 영상이 악의적으로 편집되면서 영상에 나온 기자들이 곤혹을 겪고있다.

다음은 성명 전문.

기자에 대한 공격은 곧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한 공격입니다

대통령실이 질의응답을 포함한 브리핑 전 과정을 생중계한 지 내일(24일)로 꼭 한 달이 됩니다. 그간 답변하는 당국자만 비춰졌던 화면에서 기자들의 질문 장면까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관계자 인용에 기대던 익명 보도 관행이 개선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미국 백악관처럼 기자들이 시민을 대변해 권력자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집요하게 묻는 '공적 심문'의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낳았습니다. 얼굴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질문하는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면 된다는 기회도 열렸습니다. 그러나 한 달을 돌아보니, 일부에서 품었던 우려 또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자의 질문은 전혀 다른 맥락으로 왜곡된 채 유튜브에 악의적으로 편집·유포됐고, 해당 기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욕설 댓글과 함께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중에는 명백한 허위사실이 포함돼 법적 조치가 이어졌고, 뒤늦게 영상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부나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악의적 질문'이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특히 여성 기자들에 대한 공격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모욕 댓글들이 커뮤니티를 도배하고, 기자의 질문 장면을 왜곡해 편집한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해당 기자들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실조차 나서 "언론의 취재와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기자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라고 해서 특별히 대할 것도 없습니다.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거나, 왜곡된 사실을 전제로 질문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정당한 질문에 대한 인신공격, 특히 여성 기자를 향한 성적 조롱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폭력이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입니다.

우리는 브리핑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잘 정착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자 개인을 표적으로 삼고 조롱하며, 성희롱을 가하는 온라인 공격이 계속된다면, 기자의 인권과 취재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극적 콘텐츠로 조회수를 노리는 왜곡 편집과 유포는 대통령실 스스로도 명예훼손의 우려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기자가 질문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질문을 두려워 하게 된다면 더 큰 문제입니다. 질문이 사라지면, 사라지는 것은 기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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