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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공감(共感)에 필요한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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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28. 18:02

김종철
디지털미디어본부장
세월이 참 속절없다. 올해도 달력을 넘긴 지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벌써 절반을 훌쩍 넘겼다. 그야말로 시간이란 존재는 급류처럼 쏜살같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잠시 멈췄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된다. 한 해를 살아가면서 뭔가 정리되거나 결실을 맺은 게 없는 듯한데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추동 세력에 의해 스스로 떠밀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어만 가는 이마의 나이테는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되는 건지.

연초에 시작되는 설날, 그리고 결실을 맞이하는 한가위에 일가친척을 만나면 점차 1년을 마감하는 시간이 빨라진다. 불과 얼마 전에 일출을 구경했는데 순식간에 한 해를 끝낼 일몰을 마주하는 것이다. 가끔 얼굴을 비치는 어린 조카들은 금세 훌쩍 커서 뛰어다니고 여드름이 핀 사춘기 조카는 수시로 배고프다며 먹거리를 찾곤 한다. 이런 풍경 속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대화하고, 세태가 바뀌고, 새 생명에 구 생명이 자리를 내어주는 반복적인 사이클이 이어진다.

그런 세월의 속도만큼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문화적인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갈수록 세대 간의 이질감도 생겨나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파열음이 적지 않다. 핏줄을 나눈 집안 식구는 물론 일반 직장에서도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졌고 종종 받아들이는 뉘앙스도 세대별로 해석의 지점이 엇갈린다. 그래서 행동조심, 말조심이 필요하다. 지금의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대체로 엄격한 집안 환경 속에서 형제자매 틈바구니와 물질적인 결핍을 겪으며 자란 반면, 통칭 'IT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은 핵가족 분위기 속에 경제강국 대한민국의 풍요로움을 누리며 어른으로 성장했다. 서로 가치관이나 행동양식 등에서 다를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 대한민국은 한반도 역사상 유례없는 큰 축복이지만, 정신적인 면이나 행동양식, 문화적인 면에서는 세대 간 내부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전반적인 국가 사회적인 시스템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화되고 안정화되어서 '사소한 법도 어기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함께 '신중한 처신을 해야 한다'는 질서의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좀 더 잘 가꾸고 부강한 나라로 이어나가기 위한 책무가 우리 모두의 어깨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생인 두 아들과 비교적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며, 이를 통해 공유하는 부자간 정감도 쏠쏠하다.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확신을 갖고 거침없이 언변을 펼치는 그들의 언어를 들을 때면 종종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오히려 당황하는 경우도 경험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과감함에 멈칫 놀라기도 한다. 어찌 보면 대화의 시작부터 기성세대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즉 논리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해석과 이해의 지점에서 적잖은 괴리감이 생기는 것이다.

언젠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년·중년·청년 이하 어린 세대가 살고 있는 동시대는 어느 일방의 생각과 의견이 절대적이어선 안 되며 서로 공통점을 찾아 이해하는 지점을 넓혀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 사회가 큰 충돌 없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다고. 때로는 그런 말을 수용하기가 거북할 수 있겠지만, 일정 부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즉 물리적인 시간이나 경제력 등 상이한 환경과 배경 속에서 성장하며 가치관이 형성된 점을 이해해야 좀 더 갈등이 가라앉은 안정된 사회로 향할 수 있다고.

흔히 젊은 층이 기성세대를 '꼰대'로 지칭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꼰대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기보다 이들의 성장 배경을 헤아리면서 존중해야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진일보할 수 있다. 반대로 기성세대 역시 젊은 층의 열정을 충분히 포용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 각자가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동반자이기에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자고.

이런 생각은 국내 갈등을 일으키는 말썽꾸러기이자 아픈 손가락인 정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진영 논리에 빠져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닫고 공격 일변도의 태도를 보이는 자세는 궁극적으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건전한 경쟁과 타협의 정치를 내세워야 한다.

시각을 지구촌으로 넓혀보면 작금의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는 글로벌 강공책 역시 후일 어떤 결과를 낳을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의 힘에 눌려 관세전쟁의 파고(波高)에 힘겨워 하지만, 궁극적으로 강공 전략이 가져올 후과(後課)가 무엇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시야를 넓혀 상대방의 처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풍토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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