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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통계국장 해고 도미노, 미 통계 신뢰도 하락-미 투자 혼란-기축통화 달러 위상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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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8. 05. 12:37

WSJ "투자자, 노동통계국장 해고에 통계의 '신성성' 의심 시작"
로이터 "미 경제학자 89%, '미 공식 통계의 질', 우려
WSJ "경제학자들, 금리인상·달러 가치 하락·기축 통화 지위 악영향"
미 일자리
2023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전월 대비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증가 추이./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자료 캡처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용 통계 조작을 주장하면서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고하면서 경제 정책과 투자·가계 소비 결정의 기준인 정부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부가 지난 1일 5~6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을 기존 추정치 29만1000명에서 3만3000명으로 무려 25만8000명이나 하향 발표하자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맥엔타퍼 국장이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2024년 일자리 증가 수를 과장했다며 그녀의 해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두 달간 이 같은 규모의 하향 조정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 수개월을 제외하면 최소 1979년 이후 가장 크다고 로이터통신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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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리하이밸리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5~6월 고용 통계 89% 내린 노동통계국장 해고 "지난해 대선 때 수치와 마찬가지로 조작"
WSJ "주식·채권 가격 결정 투자자, 해고에 데이터의 '신성성' 의심 시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주 고용 보고서가 대선을 앞두고 수치가 조작된 것처럼 조작됐다"며 두 고용 통계 모두 "급진적인 좌파 민주당 당원들에게 유리하게끔 대규모의, 역대급 수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의 신빙성에 상관없이 맥엔타퍼 국장 해고는 고질적인 미국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와 데이터의 정치적 변질 위험성을 부각해 미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주식·채권 투자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노동시장·인플레이션에 관한 노동통계국의 보고서를 분석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맥엔타퍼 국장을 해고하면서 미국 정부 데이터의 신성한(sacrosanct) 중요성이 갑자기 의심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미국 투자와 관련된 인플레이션과 고용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면 투자 방식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았다고 WSJ은 알렸다.

미국 경제 데이터의 질과 수집 과정의 투명성을 지난 세기 동안 미국 시장이 다른 시장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는데, 일각에서는 이번 해고가 다른 시장과 다른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한 최근의 위협이며, 장기적으로 무역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 등 공격으로 인해 이미 높아진 미국 자산에 대한 압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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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모습./AFP·연합
◇ 로이터 "미 경제학자 89%, '미 공식 데이터의 질', 우려...70% '미 기관 양질의 경제 데이터 수집·공개 자원 불충분'"

미국 정부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은 미국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문제다.

노벨상 수상자·전직 정책 입안자·미국 최고 대학의 학자·주요 은행·컨설팅업체·싱크탱크 등의 경제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로이터통신이 7월 11~24일 실시해 25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식 경제지표의 질'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41명을 포함해 총 89명이 '우려한다'고 답했다.

'미국 당국이 경제 데이터의 정확성 문제를 충분히 시급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 응답자 87명 중 71명(81.6%)이 '그렇지 않다'고 했고, 응답자 90명 중 63명(70%)이 '미국 정부 기관이 양질의 경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 노동통계국도 다른 연방정부 부처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가 추진하는 비용 절감과 '작은 정부 만들기' 추진으로 해고·사직·조기 퇴직·고용 동결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했을 때 230만명이었던 연방 공무원 수는 4월 말까지 거의 26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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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도쿄(東京)의 한 증권사 외부 모니터에 일본 닛케이(日經) 주가지수와 일본 엔화-미국 달러 간 환율이 표시돼 있다./로이터·연합
◇ WSJ "경제학자들, 미 경제 데이터 출처 정당성 상실시, 금리 인상·달러 가치 하락·기축 통화 지위 악영향"
"데이터 좋지 않다고 해고, 남미·튀르키예에서나 있는 일"...경제 데이터 정치 편향성 우려 목소리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 데이터 출처가 정당성을 상실하면 무역전쟁의 압력을 가중시켜 금리 인상이나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투자자들은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국채에 대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알레한드라 그린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가 좋지 않으면 누군가를 해고한 후 결국엔 데이터 보고를 중단하는 남미나 튀르키예에서 본 것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라는 게 처음 든 생각"이라고 말했다.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폴 도너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경제 데이터에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인식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로부터의 이탈을 가속할 것"이라며 "기축통화의 요점을 몇 개의 주요 기준에서 다음 대안보다 더 나은 기준이 있다는 것인데, 데이터의 정치화는 이를 손상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go a long way)"이라고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맥엔타퍼 국장 해임이 금리에 대한 연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와 동등한 수준으로 미국 금융시장의 건전성에 위협이라며 노동통계국의 소비자 물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설정하는 2조1000억달러 규모의 재무부 물가연동채권(TIPS) 시장이 특히 우려된다고 분석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연준의 정치화는 지난 몇 달 동안 많이 논의됐지만, 데이터 수집 과정의 정치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이 향후 더 많이 의존할 것으로 예측되는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가 수십년에 걸친 정부의 방대한 정보 수집 노력을 보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초당파적인 경제학자 그룹은 지난달 29일 연방의원들에게 현재 정부 발표 데이터가 '미국 경제의 생명선'이라며 "현대화에 투자해 미국 데이터 시스템의 무결성(integrity)을 보호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WSJ은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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