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에 진상 파악 및 부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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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지난달 16일 사바주 이슬람 기숙학교 인근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 날 숨졌다. 시신은 부검 절차 없이 곧바로 매장됐고 유족과 지역사회는 기숙사에서 자라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당국에 진상 파악과 부검을 요구했다.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사바주(州) 유력 가문과 연관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자라의 고향 시피탕을 비롯해 라부안, 산다칸, 타와우 등 사바 전역에서 수천명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은 채 "자라에게 정의를", "학교폭력 근절" 등의 구호을 외치며 행진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사회 시스템과 엘리트 계층의 특권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온라인에서는 사건 관련 영상과 음성이 확산되면서 학교에서 의혹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치권도 압박을 느끼고 대응에 나섰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사바주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투명한 조사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말레이시아 교육부 학생 징계 시스템(SSDM)에 따르면 2023년 공식 집계된 학교 내 괴롭힘 사례는 5891건이며 2024년 1~10월에는 5703건이 신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를 부패한 사회 권력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분석했다. 싱크탱크 이만리서치의 아지프 아주딘 연구원은 "'자라에게 정의를' 운동은 불공정에서 비롯된 오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2010년 쿠알라룸푸르 왕립군사학교에서 발생한 16세 학생 사망 사건 은폐 의혹과 비교했다.
당시 해당 학교 학생이었던 나임 무스타킴 모하드 소브리는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과 고문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학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생도 1명을 퇴학 처리하고 다른 4명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사법당국은 누구도 기소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