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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사태·당사 압수수색… 국힘 전대 ‘혼돈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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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5. 08. 13. 17:16

찬탄·반탄 간 깊어지는 갈등에
尹부부 동시구속 등 변수 속출
후보간 견제 노골화, 비전 뒷전
'압수수색' 국힘 당사에 몰린 취재진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사 압수수색 관련 당 입장을 밝히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이 전한길씨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배신자 소동'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라는 사태가 맞물리며 혼돈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가 남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돼 전당대회 판세에 영향을 미치고, 후보 간 연대와 견제가 더욱 노골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구서 시작된 '아수라장', 부산·충청권 확산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후보 연설에 고성을 질러 당의 '전당대회 출입금지' 제재를 받았다. 전날 부산 연설회에서는 행사장 뒤편에서 후보 발언을 방해했고,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이날 대전 배재대 스포렉스몰에서 진행된 3차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에서도 지지자들이 후보 발언 도중 구호를 외치며 진행을 끊었고, 진행 요원들이 제지하는 장면이 거듭 연출됐다. 전씨가 참석하지 않았음에 연설회장에는 그가 남긴 '배신자' 구호가 난무했다. '윤어게인'을 둘러싼 찬탄·반탄 지지자들은 상대 진영에 삿대질을 하며 "배신자" "닥쳐라" 등의 거친 말을 퍼부었다.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응은 당권 주자들의 발언 수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찬탄 진영에서는 "극단세력과 전한길이라는 시한폭탄을 품으면 지방선거는 폭망"(안철수)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반탄 진영에서는 "모 의원이 '우리 당내에 아직도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고 한다. 당을 말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당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나"(김재원), "국민의힘은 더욱 단결해야 한다. 뭉쳐야 한다"(손범규)고 맞받았다. 객석에서는 '배신자'라는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전씨의 당 행사 출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전씨는 "행사장에 못 들어가더라도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일반 당원으로 △주의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중 한 가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당내에선 "정당 행사 품격을 훼손했다"며 제명 의견이 우세하다.

◇'탄핵 찬반' 갈등 속 尹 부부 구속·당사 압수수색 겹악재

여기에 당내 균열을 한층 깊게 파고드는 변수가 터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 8·22 전당대회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이날 김건희 특검팀이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며 당내 분위기는 벌집을 쑤셔놓은 모양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합동연설회로 자리를 비우자 국민의힘 중앙당사에는 나경원 의원, 정점식 사무총장,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곽규택 수석대변인 등 10여 명이 집결했다.

당내에선 "정치적 의도"라는 반발이 빗발쳤다. 곽 수석대변인은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가 한창인 상황에서의 전격 압수수색은 이재명 정부의 이춘석 게이트와 조국·윤미향 사면 사태를 덮기 위한 술책"이라고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1야당 말살을 획책하는 집권 여당의 폭력적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남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에서 정책·비전 경쟁을 사실상 뒷전으로 밀어내고, '탄핵 찬반' 대립 구도를 더욱 굳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파 균열과 리더십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애초부터 비전이 실종됐다"며 "당이 계파를 막론하고 전한길씨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후보들이 현장에서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소모전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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